대학에서 생성형 인공지능(GenAI) 활용이 빠르게 보편화됐지만 실제 활용은 요약·번역·초안 작성 등 단순 업무에 집중되고 대학 차원의 지원도 뒤처진다는 분석이 나왔다. OECD(경제개발협력기구)는 학습의 질과 개인정보 보호, 형평성을 확보하려면 생성AI 활용을 개인에게 맡기지 말고 체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OECD는 최근 ‘고등교육에서 책임 있고 체계적인 생성AI 도입을 지원하는 정책’을 주제로 「OECD Education Spotlights」 23호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관련 연구와 각국 정책·대학 지침 등을 종합해 생성AI 활용 실태와 정책 대응을 분석했다.
생성AI는 이미 대학생 사이에서 일상적 도구가 됐다. 영국 학부생 이용률은 2024년 초 66%에서 2026년 95%로 높아졌고 독일도 2023년 63%에서 2025년 90% 이상으로 상승했다. 2025년 EU에서는 학생 72%가 최근 3개월 안에 생성AI를 이용했고 53%는 정규교육에서 활용했다. 다만 OECD는 상당수 조사가 대표성 있는 표본에 기반하지 않아 정확한 이용률보다 확산 추세로 봐야 한다고 전제했다.
교원 활용은 상대적으로 더뎠다. 28개국 조사에서 대학 교원의 61%가 매주 생성AI를 사용했지만 고급·전문가 수준 사용자라고 평가한 비율은 17%에 그쳤고 40%는 AI 리터러시 습득 초기 단계였다.
활용의 깊이에서도 한계가 나타났다. 학생들은 주로 요약·편집·번역에 생성AI를 사용했고 심층학습이나 문제해결에는 상대적으로 덜 활용했다. 교직원도 문서 요약·교정, 아이디어 발상 등 생산성 향상 용도가 중심이었다. OECD는 생성AI가 널리 쓰이고 있지만 교수법적 통합은 아직 초기 단계라고 진단했다.

특히 ‘학습’보다 ‘과제 완수와 업무 효율화’에 치우친 활용을 문제로 짚었다. 범용 생성AI는 결과물 생성을 목적으로 설계돼 과제 수행은 도울 수 있지만 개념 이해에는 한계가 있고, 과도한 의존은 피상적 학습과 비판적 사고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초안 작성이나 요약, 문제해결을 AI에 반복적으로 맡기는 ‘인지적 외주화(cognitive offloading)’도 같은 맥락에서 우려했다.
개인정보와 학업윤리, 형평성도 과제로 제시됐다. 상업용 생성AI에 입력되는 데이터를 대학이 관리하기 어렵고 소비자용 서비스는 교육기관에 맞춰져 있지 않아 데이터 보호와 소유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표절·부정행위 탐지의 신뢰성, 유료 도구 접근성 차이, 모델 편향과 ‘환각’도 위험요인으로 꼽혔다.
반면 대학의 지원체계는 이용 확산을 따라가지 못했다. 2025년 UNESCO 조사에서 공식 AI 정책을 마련한 대학은 19%였고 42%가 개발 중이었다. 다른 조사에서도 공식 AI 정책이 있다는 교원은 26%, AI 활용 역량을 갖췄다는 응답은 25%, 학생의 AI 활용에 대응하도록 대학이 준비시켰다는 응답은 28%에 그쳤다. OECD는 제도적 지원이 부족하면 위험관리와 윤리, 개인정보 보호 책임이 학생과 교원 개인에게 넘어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OECD는 ▲책임 있는 생성AI 활용 지침 ▲개인정보·보안·윤리 기준을 반영한 공동조달 ▲학생·교원 역량 강화 ▲활용 효과를 검증할 데이터 축적과 시범사업 평가 ▲교육·연구 목적에 맞춘 생성AI 개발 등 5개 대응 영역을 제시했다. 교원 양성과 전문성 개발에 투자하고 AI 활용 과정에서도 인간의 감독과 대안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2026년 4월 모든 대학생을 위한 기초 AI 교육과정을 개발할 대학 20곳을 선정해 대학별 연간 최대 3억원을 지원하고 교양 AI 교과목 개발과 교원 연수, 교육자료 공유를 추진하는 사례로 소개됐다.
보고서는 대학의 생성AI 정책이 단순한 허용·금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안전한 접근과 명확한 활용기준, 교원의 교육적 활용 역량, 학습효과 검증, 교육목적에 맞는 기술을 함께 갖추는 것이 체계적 도입의 조건이라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