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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비워야 비로소 채워진다”…신금숙 작가, 달항아리에 담은 삶의 철학

교장 은퇴 후 전업 화가로
10월 7~12일 인사동 라메르 갤러리서 제5회 개인전 ‘비움과 채움’

 

평생 교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교육행정을 이끌었던 전직 교장이 이제는 붓으로 삶의 이야기를 전한다. 교육자에서 전업 미술가로 변신해 꾸준히 창작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신금숙 작가가 다섯 번째 개인전을 연다.

 

신 작가는 오는 10월 7~12일 서울 인사동 라메르 갤러리​에서 제5회 개인전 ‘비움과 채움’​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달항아리와 들꽃, 국화, 작약, 포도밭 등을 소재로 한 신작을 선보이며 자연의 생명력과 삶의 여유를 화면에 담아낸다.

 

신금숙 작가는 한교닷컴을 통해 이미 한 차례 화실이 소개된 작가다. 당시 화실에서 만난 그의 작품과 작업 이야기는 ‘교직 이후에도 멈추지 않는 배움과 창작’이라는 또 다른 인생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번 개인전은 그동안 꾸준히 붓을 잡으며 자신만의 화풍을 다져온 신 작가의 작업 세계를 다시 만날 수 있는 자리다.

 

 

특히 이번 전시의 중심에는 백자 달항아리가 있다. 달항아리는 아무것도 담지 않은 듯 넉넉한 여백을 품고 있다. 신 작가는 그 여백을 ‘비움’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그 위에 노란 국화와 푸른빛·보랏빛 들꽃을 피워 ‘채움’을 표현한다.

 

신 작가는 “현대인의 마음은 불안과 욕심으로 과부하되어 있다”며 “백자 항아리처럼 맑게 비워진 깨끗한 자리 위에서만 우리의 삶이 가장 빛나는 것들로 채워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작품의 의미를 설명했다.

 

달항아리 위로 흐드러지게 피어난 오색 들꽃과 와인잔을 함께 배치한 작품에서는 비움과 채움의 조화가 한층 선명하게 드러난다. 은은한 회색 배경 위에 노란 국화가 만발한 작품은 절제된 화면 속에서도 강한 생명력을 보여준다.

 

또 다른 달항아리 작품에서는 넉넉한 여백 사이로 푸르고 보라색 빛을 띠는 야생 국화가 피어난다. 화려함보다는 여백이 주는 고요함이 오히려 꽃의 존재감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신 작가의 작품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전통 실크 염색화와 현대 아크릴 기법의 만남이다. 실크 염색화 특유의 섬세하고 은은한 색감에 아크릴 물감의 강렬한 붓질과 입체적인 질감을 더해 자신만의 화면을 만들어낸다. 대표적인 작품이 탐스럽게 피어난 핑크빛 작약이다. 실크 위에 색을 스며들게 하는 섬세한 표현과 아크릴 특유의 힘 있는 질감이 어우러져 꽃잎 하나하나에 생동감을 더한다.

 

초록빛 잎사귀 사이로 보랏빛 포도가 풍성하게 열린 포도밭 풍경 역시 눈길을 끈다. 화면에 가득한 포도송이는 풍요와 생명의 이미지를 전하며, 자연을 바라보는 작가의 따뜻한 시선을 보여준다.

 

신금숙 작가의 화업은 교직 생활과 떼어놓고 이야기하기 어렵다. 세종대학교(수도여자사범대학교) 미술과를 졸업한 그는 창덕여고, 울산중앙고 등 5개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이후 울산교육청 장학사를 거쳐 상안중 교장을 역임하는 등 교육 현장에서 오랜 세월 학생과 교직원을 만났다.

 

 

교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그의 삶은 멈추지 않았다. 서울 성북동 한옥 갤러리 ‘비단애’에서 작업을 이어갔고, 현재는 하남 미사지구의 ‘델피토레그림방’에서 매일 붓을 잡으며 작품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교육자로서 학생의 성장을 기다렸던 시간이 이제는 한 작품을 완성하는 인내와 몰입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2017년 예술의전당 개인전을 비롯해 꾸준히 작품을 발표해 온 신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도 자신만의 시선으로 자연과 삶을 풀어낸다. 화려한 꽃과 풍성한 포도송이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자리한 ‘비움’의 의미를 함께 이야기한다.

 

결국 신금숙 작가에게 그림은 단순히 아름다운 대상을 그리는 작업이 아니다. 무엇인가를 덜어내고 비워낸 자리에 새로운 생명과 아름다움을 채워가는 과정이다. 교단을 떠난 뒤에도 배움과 창작을 멈추지 않았던 그의 삶처럼, 이번 전시 역시 관람객들에게 ‘나는 무엇을 비우고 무엇으로 내 삶을 채울 것인가’​라는 조용한 질문을 건넨다.

 

꽃이 피고 포도가 익어가는 계절, 인사동에서 만나는 신금숙 작가의 ‘비움과 채움’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함께 한 교육자의 깊어진 삶의 이야기를 만나는 전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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