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거 때 0.4%포인트 정도의 초접전 끝에 이 자리에 섰습니다. 이는 기존의 잘 된 정책을 계승하면서, 차근차근 개선해 나가라는 의미입니다. 그동안 대학 교원 경력을 쌓아왔지만, 사범대 출신이라 중등 분야는 잘 섭렵하고 있습니다. 평소 유·초등까지 관심을 뒀기에 더욱 폭넓게 현장을 이해할 수 있는 장점을 발휘하고자 합니다.”
지난달 30일 경남교육청 교육감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가진 권순기 교육감은 지난 6월 ‘역대급’ 역전승을 거둔 순간부터 떠올렸다. 도민들이 만들어준 자리를 누구보다 소중히 여기며 한 걸음씩 꾹꾹 밟겠다는 각오다.
최근 도내 교육개혁 관련 설문조사 결과 인성교육이 압도적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를 어떻게 실현하느냐가 과제다. 무엇보다 교사가 마음껏 교육할 수 있는 풍토 조성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또한 헌법에 명시된 교육 본질의 가치를 살리겠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그는 “각자의 능력과 재능에 따라 균등하게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며 “높은 곳이나 낮은 곳이나 모두를 비추는 경남교육을 이룰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약 추진 계획 말씀 부탁드린다.
“교육의 기본을 다지고, 수업을 바꾸고, 그 위에 경쟁력을 쌓으려 한다. 현재 교권 보호와 기초학력 진단·지도 체계로 학교의 기본부터 바로 세우고 있다. 교실이 안정되지 않으면 학력도 인성교육도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 아침 간편식과 돌봄 급식, 노후 화장실 개선 등의 사업도 이 시기에 진행할 예정이다. 임기 중기에는 수업과 교육과정을 바꾸는 데 노력하겠다. AI 학습 플랫폼은 현장에서 쓰기 편하게 고치고, 과목중점학교와 경남형 IB처럼 학생이 고를 수 있는 교육과정을 넓혀 갈 생각이다. 장기적으로는 권역마다 특색 있는 학교를 갖추고자 한다. 이제는 교육을 보고 경남을 찾아오게 하고 싶다. 임기 내 그 기반 마련을 위해 해마다 성과 점검을 하겠다.”
-첫 공약인 교권 보호 방안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선생님이 소신 있게 가르칠 수 있어야 교육이 바로 선다. 교권 보호를 첫 번째 공약으로 내건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교사를 지키는 일은 학생의 학습권을 지키는 일과 다르지 않다. 그동안 민원은 담임 선생님 혼자 감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은 학교와 교육청이 민원을 먼저 받도록 바꾸고 있고, 학부모 민원은 공식 창구로 접수해 선생님 개인 연락처로 가지 않게 하려 한다. 교육활동 침해가 생기면 피해 선생님을 곧바로 분리하고 법률 상담과 심리 지원을 연결하겠다. 정당한 생활지도에 따른 문제라면 교육청이 책임지고 나서겠다. 교권보호전담관도 검토하고 있다. 다른 시·도 사례를 살펴 지역 실정에 맞는 방식을 찾는 중이다.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고 본다. 아동학대 신고가 수사로 넘어가기 전에 정당한 교육활동이었는지 먼저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생활지도와 아동학대는 구별돼야 한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와 국회에 계속 건의하고 관련 법령의 보완도 요청하겠다.”
-기초학력 개선 방안도 궁금하다.
“초등교육 단계에서 생긴 결손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커지므로 이에 대한 확인이 필수다. 그렇지 않으면 누구에게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도 알 수 없다. 지난 몇 년간 이 부분이 소홀했던 것 같다. 그렇다고 학생을 줄 세우는 시험을 되살리겠다는 뜻은 아니다. 어디에서 어려움을 겪는지 찾아내 제때 돕기 위한 진단이다. 읽기·쓰기·셈하기 같은 기본 역량부터 챙기겠다. 올해 3월 모든 초등학교에서 기초학력 진단을 했다. 국가 진단검사에 학교 자체 진단 도구와 이전 학년 학습 자료까지 종합해 학생별 수준을 확인했고, 심리검사와 담임 선생님의 관찰로 정서 상태도 함께 살폈다. 공부의 어려움이 마음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중학교에 진학하기 전까지 기초학력을 갖추게 하는 것이 목표다. 선생님이 보충 지도에 집중하실 수 있도록 학습지원 인력과 자료도 지원하고, 지도 결과는 학부모와도 공유하겠다.”
-권역별 특색학교는 어떻게 추진되나?
“경남에는 아직 영재학교가 한 곳도 없다. 과학에 재능 있는 학생들이 고교 진학을 앞두고 경남을 떠나야 했던 이유다. 이 흐름을 바꾸고 싶다. 과학 인재는 지역의 미래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경남과학고를 UNIST 부설 영재학교로 전환하는 공모에 신청했고, 선정되면 지역의 강점인 우주항공 산업과 연계한 교육과정을 운영할 계획이다. 양산과학고는 경남도, 양산시와 3자 협의체를 꾸려 논의하고 있다. 지금은 타당성 연구 단계로 학교 규모와 위치, 예산 분담 방안이 나오는 대로 교육부와 본격 협의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 과학고 신설은 시간이 걸리는 일이라 서두르기보다 절차를 하나씩 밟아 가려 한다.”
-정부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시도에 대한 대응은?
“학생이 줄어도 학교와 교원, 시설을 유지하는 비용은 그만큼 줄지 않는다. 노후시설 개선과 AI 교육 환경 구축에 드는 비용은 오히려 늘고 있고, 천천히 배우는 학생과 작은 학교를 위한 지원 수요도 커지고 있다. 지역마다 학교 여건이 다른데 하나의 잣대로는 이런 사정을 담아내기 어렵다. 지금 대한민국교육감협의회 지방교육재정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를 통해 시·도교육청의 실제 재정 수요를 자료로 정리하고 있으며, 어디에 얼마가 필요한지 근거를 갖춰 정부 국회와 협의해 나가겠다.”
-소규모학교가 많은 경남에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데.
“경남은 학생 60명 이하 소규모학교 비중이 높다. 학생 수 기준으로 재정을 나누면 이런 지역이 가장 먼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작은 학교라고 교실과 교원, 급식과 통학 지원이 덜 필요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농산어촌 학교는 통학 거리가 길고 교원 확보도 쉽지 않다. 그래서 교부금을 산정할 때 소규모학교와 농산어촌 여건을 반영해 달라고 꾸준히 건의하고 있다. 교육청 내에서는 대규모 사업의 우선순위를 다시 정하고 있다. 작은 학교는 여러 학교가 교육과정을 함께 운영하는 공동학교 방식으로 교육의 질을 지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