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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3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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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괴롭힌 아이의 학부모 상담

교사들이 가장 걸기 어려운 전화 중 하나가 있습니다. 학급 학생이 반 친구를 괴롭혔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그 아이의 학부모에게 거는 전화입니다. 수화기를 들기 전부터 어떤 반응이 돌아올지 짐작하게 됩니다. “우리 애는 그럴 애가 아닌데요”, “집에서는 전혀 그러지 않아요”, “저쪽에서 먼저 뭐라도 했겠지요” 이 세 마디를 들을 각오를 하며 번호를 누르는 교사의 마음은 가볍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를 조금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기를 권합니다. 자녀가 다른 아이에게 해를 끼쳤다는 소식 앞에서 당황하지 않는 부모는 거의 없습니다. 아이가 잘못한 사실을 들었을 때 바로 수긍하는 것은 부모에게 어려운 일입니다. 자녀가 그런 아이일 리 없다는 반응은 자기 아이를 지키려는 본능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방어입니다. 교사가 이 사실을 미리 인정하고 이야기를 시작하면 학부모의 첫 반응에 지나치게 상처받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육하원칙에 따라 사실 전해야

 

그렇다고 이 당황스러움에 끌려 들어가서는 안 됩니다. 교사가 지켜야 하는 자리는 분명합니다. 피해 입은 학생의 보호가 가장 우선이고, 그다음은 괴롭힌 아이가 같은 행동을 반복하지 않도록 지도하는 일입니다. 예전에 2학년 담임을 하면서 주먹부터 나가는 아이를 지도한 적이 있습니다.

 

어머니는 상담에서 “우리 아이도 피해자예요. 다른 아이들이 먼저 귀찮게 해요”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때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어머니, 피해자는 코피가 난 아이이지, 코피를 나게 한 아이가 아닙니다. 앞으로는 아이가 억울한 부분이 없도록 학교에서 잘 챙기겠습니다. 대신 아이가 누군가를 때리면 지금과 같은 지도를 할 테니, 가정에서도 같은 마음으로 지도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학부모를 길게 설득하려 하지 않았고, 학부모의 감정에 끌려가지도 않았습니다. 다만 사실을 흔들림 없이 분명하게 말했고, 감정적으로 더 나아가지도 않았습니다.

 

사실을 지킨다는 것은 감정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사실과 감정을 분리해서 말한다는 뜻입니다. 학부모가 당황해하는 마음은 먼저 인정해주세요. “많이 놀라셨지요. 저도 전화드리기까지 많이 고민했습니다.” 이 짧은 한마디가 학부모의 긴장을 살짝 풀어줍니다. 그다음에 사실을 전하되, 아이가 잘못했다는 판정보다 오늘 이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만 담담하게 육하원칙으로 전하는 편이 낫습니다. 이 정도의 구체성이 있어야 학부모도 아이에게 무엇을 어떻게 이야기하고 지도해야 할지 가늠할 수 있고, 교사의 말이 추측이 아니라 관찰에 기반한다는 사실도 전해집니다.

 

혼자 짊어져선 안 돼

 

마지막으로 짚어드리고 싶은 것은, 담임 교사 혼자 짊어지지 않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교내 생활지도로 다룰 수 있는 수준인지, 학교폭력으로 넘어가야 할 수준인지의 판단은 담임 혼자 하는 일이 아닙니다. 사안 발생 즉시 관리자와 학교폭력 전담 기구, 업무 담당교사, 상담 교사 등과 함께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학교 차원의 절차를 밟아가는 것이 원칙입니다. 이 경우, 학부모와 소통도 담임 교사 개인의 몫이 아니라 학교라는 기관의 몫입니다. 담임은 아이의 하루를 가장 가까이에서 보는 사람일 뿐, 사안을 혼자 감당해야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괴롭힘을 당한 아이도, 괴롭힌 아이도 결국은 같은 교실에서 성장하는 아이들입니다. 두 아이 모두 교사의 지도 안에서 달라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그 가능성을 위해 교사가 짊어져야 하는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그 무게를 교사 혼자 다 감당해서도 안 되고요. 당황한 학부모를 마주할 때 흔들리지 않도록, 또한 학부모의 방어적인 반응이 교사의 하루를 통째로 삼키지 않도록, 사실의 자리와 역할의 경계를 담담하게 지켜 가시기 바랍니다.

김성효

전북 문창초 교감

상처받지 않으면서

나를 지키는 교사의 말 기술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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