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5일 교육부가 대통령에게 금년도 업무보고를 했다. 그러나 보고사항 대부분은 현재 추진하고 있거나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을 백화점 식으로 나열하고 있을 뿐 정작 교육력 제고를 위해 필요한 교육예산 확충계획이나 교직사회 활성화 대책은 찾아볼 수가 없다.
대학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학개혁은 필요하다. 그러나 오늘 날 대학 구조조정을 초래한 것은 무책임하게 대학설립인가를 내주는 등 정부의 대학정책 실패가 가장 큰 원인이다. 그런데도 정부가 지금껏 사과를 하거나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그저 대학개혁이 필요하니 국립대 50개를 2007년까지 35개로 줄이기 위해 무소불위의 칼을 휘두르면 된다는 식으로만 접근하고 있다. 개별 대학의 특성을 살리고 대학의 우수한 인적자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향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학교폭력 대책도 마찬가지이다. 학교폭력은 마땅히 근절되어야 하지만 교육적 원칙이 견지되는 가운데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 최근 학교폭력 관련 대책이 교육적 차원에서 충분한 검토 없이 섣부르게 발표되거나 추진되고 있는 것은 대단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교원평가 및 승진제도 개선은 ‘得 보다 失’ ‘藥 보다 毒’이 될 우려가 높은 사안이다. 따라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교직사회와 협의와 동의 절차를 밟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교원의 능력개발이 목적이라면 교원이 교직의 전 생애를 걸쳐 전문성을 쌓을 수 있도록 교원자격체계를 개편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정부가 교원 대다수가 찬성하는 ‘수석교사제’ 실시는 외면한 채 교원평가제 도입만을 고집하는 것은 사회여론을 빙자한 ‘포퓰리즘 정책’일 뿐이다.
교장승진제도도 섣불리 공모제를 확대할 일이 아니다. 교장의 전문성이 갈수록 강조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여 교장자격제를 유지하되, 현행 근무평정제도의 문제점을 대폭 개선하는 합리적 방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노무현 정부는 말로만 ‘참여’와 ‘개혁’을 표방할 것이 아니라 대통령 공약사항인 교육예산 확충과 수석교사제 시행계획을 조속히 밝혀야 한다. 특히 교육 갈등이 예상되는 정책은 충분한 논의과정을 거쳐야 한다. 대학개혁이나 학교폭력 근절, 교원평가제 등은 교육원칙이 견지되는 가운데 교육구성원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 반영하는 방향에서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