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소식은 본인에 가장 늦게 전달 돼
부정적 감정 전달자와 연결꺼리기 때문
다음은 휴대폰이 없던 시절에 일어났을 법한 이야기입니다.
교장 선생님이 외부 일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아들의 합격여부가 궁금해졌다. 학교를 나서기 전에 교장 선생님은 자기 집에서 전화가 올 것이라는 이야기를 선생님들에게 하면서 메모를 남겨 달라는 부탁을 하고 나간 터였다. 그러나 아무도 전화메모를 건네주는 선생님은 없었다. 벌써 합격자 발표가 났을 텐데, 집에서 전화가 안 온 줄 알고 부인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 보았다. 결과는 낙방이었다. 부인은 메모를 남겼는데, 전화를 받았다고 나서는 선생님은 아무도 없었다.
선생님들은 아마 학생들 사이에 널리 알려져 있는 이야기를 모르고 있는 경우가 있을 것입니다. 특히 그것이 선생님에 대한 흉이라든가 악의적인 별명 혹은 학생들 사이의 불미스런 사건처럼 선생님이 듣기 싫은 이야기라면 더욱 그러할 것입니다. 나중에 듣게 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영원히 듣지 못하고 학생들을 떠나보내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나쁜 소식을 전달하지 않으려 합니다. 학생들뿐만 아니라 선생님들도 그러할 것입니다. 위 사례에서처럼 교장 선생님의 아들이 합격했다는 소식을 전할 때에는 기꺼이 교장실에 들어갈 수 있겠지만, 낙방 소식일 경우에는 그렇지 못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나쁜 소식을 전하지 않으려 하는 것을 함구효과(mum effect)라고 합니다. 이것은 파블로프의 조건반사 실험에서 파생되어 나온 것입니다. 즉 음식(무조건자극)은 개로 하여금 침을 흘리게(무조건반응) 하지만, 음식을 주기 전에 침 흘리는 것과 무관한 종소리를 들려주면 나중에는 종소리(조건자극)만으로도 개가 침을 흘리게끔(조건반응) 자극과 반응이 연결되듯이, 나쁜 소식을 전하는 자신이 그 소식과 아무런 관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연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어떤 정보가 자신의 무능이나 약점을 나타내는 것일 때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정보 속에 나타나 있는 문제들이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을 때조차도 메시지의 전달자가 되지 않으려 합니다. 이것은 나쁜 소식이 유발하는 부정적인 감정이 메시지의 전달자인 자신과 연결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입니다. 즉 전달자인 자신과 나쁜 소식이 결합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고자질 하는 학생은 선생님으로부터 뭔가 칭찬을 받으려는 의도에서 했겠지만, 실제로는 선생님이 보기에 이 학생이 상당히 미워 보이기도 할 것입니다. 또 자신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나쁜 소식을 전하는 하급자가 상급자에게 뜻하지 않게 봉변을 당하는 장면이 드라마에 종종 등장하기도 합니다.
때문에 학생들 사이에 일어나는 좋은 소식은 선생님이 빠르게 보고를 받을 수 있으나 나쁜 소식은 가장 늦게 전달됩니다. 그래서 학생들 사이에서 발생한 불미스런 사건을 모든 학생이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생님은 신문 등과 같이 외부로부터 듣게 되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실제로 이와 유사한 것은 광고에 많이 적용됩니다. 광고모델이 자칫 스캔들에 휩싸이게 되면 그 스캔들과 아무 관련이 없는 제품이 상당한 타격을 받기 때문에, 요즘 광고주들은 ‘전속기간 동안 물의를 일으키면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서약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