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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창가에서> 두발규제, 융통성 있게 하자

기성세대라면 누구나 중·고교 시절을 회상할 때 ‘두발의 추억’에 젖게 된다. 한창 꿈 많고 혈기방장한 시기에 일률적으로 머리를 짧고 단정하게 정리하라고 단속하는 선생님이 얼마나 야속했는지…. 두발 자유화가 입시부담에 짓눌린 학생들에게 획일적 교육제도의 틀을 벗어나는 ‘상상력과 창의력의 코드’처럼 인식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하지만 나중에 대학이나 사회에서 머리를 맘껏 기르고 치장하면서 조금씩 깨닫기 시작한다. 그때 선생님과 부모님이 왜 그렇게 두발 규제에 신경쓰셨는지 말이다.

최근 상당수 학생들이 학교의 두발제한 규정을 ‘현대판 주홍글씨’로 규정해 “명백한 인권침해”라고 반발하고, 심지어 ‘일제 잔재’ 운운하며 “시대착오적 규정”이라고 공격한다고 한다. 새삼스러운 얘기는 아니다. 표현방식과 강도는 다소 달랐지만 우리 기성세대도 학창시절 비슷한 불평불만을 가졌던 기억이 생생하니까.

학생들에게 “너희들은 어려서 모른다”고 윽박지를 의도는 조금도 없다. 다만 교사나 학부모에 앞서 인생의 선배로서 나무보다 숲을, 부분보다 전체를 보자고 권하고 싶다. 사춘기 학생들이 모방심리에 따라 내면보다 외모에 치중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어른 중에도 그런 사람이 적지 않은데 아직 가치관이 완전히 형성되지 않은 청소년은 오죽하겠는가.

자신의 행위에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하는 어른과 달리 청소년은 그 책임을 일정부분 감면받는다. 교사와 학부모는 바로 학생의 그 면책을 근거로 학생의 자유를 일부 규제하는 것이다. 물론 두발을 자유화한다고 해서 모든 학생에게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다양성과 미적 감각을 키우는 일부 긍정적 영향을 기대할 수도 있다. 교사와 학부모가 걱정하는 것은 일부 학생의 탈선행위와 그것이 전체 학생사회에 끼칠 부정적 효과이다.

학생들은 “또 그 소리냐”고 할지 모르지만 두발제한 규정은 예의범절이나 질서의식을 함양하는데 분명히 도움이 된다. 학생들의 유해업소 출입을 억제하고 술·담배 구입을 차단하는 현실적 필요성이 있다는 점도 굳이 부인하지 않겠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떠나 학생들에게 한 가지만 강조하고 싶다. 두발규정의 원래 취지는 학생들을 속박하기보다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이다.

사실 요즘 세상에 이발기구를 들고 머리카락을 자르는 교사가 얼마나 되겠는가. 있다면 보다보다 못해 그렇게 한 극히 예외적인 경우일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얼마 전 각 학교에 두발단속을 강압적으로 하지 말고 두발규정은 학생과 학부모, 교사의 충분한 논의를 거쳐 자율적으로 정하라는 지침을 전달했다. 기본적으로 옳은 방향이다. 하지만 교육현장에서 현실성을 갖추지 못하면 또 다시 ‘탁상행정’ 비판을 받으며 용두사미로 흐지부지될 게 뻔하다.

각 학교의 두발규정 논의에 앞서 몇 가지 조언하고 싶다. 일부 학교에서 논란의 소지를 피하기 위해 아예 두발규정 자체를 폐지하려는 건 결코 문제해결의 길이 아니다. 그로 인한 부작용은 과연 누가 감당하고 책임질 것인가. 결국 교사가 다 뒤집어쓸 수밖에 없다. 현재로선 전면폐지는 시기상조다. 시대변화에 맞게 규정을 손질하고 단속방식을 개선하는 게 바람직하다.

현장 경험에 의하면 획일적 치수와 헤어스타일을 강요하는, 지나치게 엄격하고 융통성 없는 규정은 문제가 있다. 개인사정(예컨대 예능계통 특기자나 연예인)이나 체형에 따른 예외를 일부 인정해주는 방안을 고려해볼 만하다. 물론 단속 때 체벌은 금물이다. 어렵더라도 훈화지도 방식을 견지해야 한다. 학생회 임원을 단속에 참여시켜서 자율규제 쪽으로 유도하는 방식도 권장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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