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책임, 무책임과 같아
타인의 존재가 그 이유
한 여인이 밤늦게 직장에서 귀가하고 있었습니다. 그녀가 집에 들어서려는 순간 노상강도로 보이는 한 남자가 칼을 들고 그녀를 습격했습니다. 놀란 그녀는 도망가면서 도와달라고 소리쳤습니다. 습격자는 그녀를 쫒아가 칼로 찔렀습니다. 인근 아파트에서 사람들이 몰래 엿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그녀를 돕지 않았습니다. 경찰의 출동도 없었습니다. 결국 30여분의 저항 끝에 그녀는 살해당했습니다. 인근에 살고 있던 주민들 중 38명은 나중에 자기들이 그녀의 비명소리를 들었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도와주러 나온 사람은 없었습니다. 게다가 경찰에 전화 건 사람조차 한 명도 없었습니다. 경찰에 신고된 것은 그녀가 사망한 지 20분이 지나서였습니다. 경찰이 출동하고 앰뷸런스가 그녀를 실어갈 때조차 누구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은 1964년 뉴욕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희생자의 이름을 따 키티 제노베스 사건이라고 하는 이 사건은 일반인의 상식과 너무나 어긋나서 당시의 미국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습니다. 사회문제 전문가들은 도덕적 타락과 소외의 결과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많은 타인들의 존재가 돕지 않는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즉 사람들이 더 많이 있을수록 어떤 한 개인이 도움을 제공할 가능성이 더 적으며, 또 도움을 제공하기까지의 시간도 더 길어집니다. 이것을 주변인 효과(bystander effect)라고 합니다.
주변인 효과가 발생하는 이유는 책임의 분산과 상황의 모호성 때문입니다. 책임의 분산은 다른 누군가가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을 말합니다. 어떤 사람이 곤경에 처해 있을 때 주위에 여러 사람이 있으면 누군가 도와주겠지 하는 마음이 생겨 결과적으로 아무도 도와주지 않게 됩니다. 사람들이 많이 있으면 있을수록 각자에게 돌아가는 책임의 양은 상대적으로 더 줄어들게 되니까요. 그래서 공동으로 책임을 져야 할 상황에서는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게 됩니다.
그리고 상황에 대한 해석이 모호하기 때문에 주변인 효과가 발생합니다. 두 사람이 다투고 있는 것이 범죄 상황인지 아니면 형제간의 말다툼인지 잘 판단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 그 상황이 정말 자기가 끼어들어 도와주어야 할 긴박 상황인지에 대해서도 확신이 서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다른 사람들도 도와주지 않는 것을 보면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학교에서도 어떤 학생을 돕는 등 반 전체가 어떤 일을 공동으로 할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경우 예컨대 “A학생을 도와주라”는 식으로 막연히 이야기하면 주변인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큽니다. 도와줄 사람이 여러 명 있는데다 왜 도와주어야 하는지 상황을 제대로 모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주변인 효과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도와줄 학생들을 지명하여 책임을 부과하고 왜 도와주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을 함으로써 상황을 명료하게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한편, 주변인 효과 외에도 자신에게 돌아올 이익보다는 손해가 더 클 때 도와주지 않습니다. 위급 상황에 개입하게 되면 자신이 신체적으로 해를 입을 수도 있고, 나중에 증인의 신분으로 경찰서에 불려가야 하는 등 여러 번거로움이 따릅니다. 그래서 애써 그런 상황을 못 본 것처럼 외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