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최근 국회에 보낸 답변 자료에서 노무현 핵심 교육공약 17개 가운데 사립학교법과 학력 차별 해소를 제외한 15개 공약이 완료됐거나 정상 추진되고 있다고 밝혀 괴리감을 느끼게 했다.
노무현 교육공약 사업은 교원들의 여망이 담긴 공교육 살리기 공약들을 처음부터 제외한데다 교육이민 행렬로 인한 국부 유출이 연간 총 사교육비의 5분의 1에 달할 정도임에도 이런 심각한 문제에 대한 언급조차 없어 주목을 끌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교육부의 공약 이행 경과보고는 부실하기 짝이 없다. 교육부는 교육재정 확충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하나 주지하다시피 노무현 정부 들어 GDP 대비 교육재정 비중과 교원법정정원 확보율은 뒷걸음질 쳐 왔다. 교육관련 세입 예산이 당초 예상보다 1조원이나 격감해 학교현장은 큰 고통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역대정부 교육개혁을 토론하는 자리에서 한 전문가는 참여정부 교육정책을 빗대 ‘이념 과잉 속 정책부재’라는 꼬리표를 달았다. 적절한 지적이 아닐 수 없다. 핵심공약 17개 가운데 사립학교법을 포함해 교사회 학부모회 법제화, 학교운영위 기능 강화 등 교내 역학관계를 다루는 공약이 5개나 된다는 것만 보아도 권한배분, 평등주의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참여정부의 정책 속성을 읽을 수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교원승진제도 개선을 집권 1기에 이어 2기에도 핵심과제로 삼겠다고 공언하고 있으니, 공교육을 살리기는커녕 교직사회 내부의 제로섬 게임으로 임기 5년을 지새울 태세다.
참여정부는 집권 2기를 맞아 불필요한 소모전만 초래하는 섣부른 개혁론으로 날을 세우지 말고 교육선진국으로 가는 실용론에 무게를 실어야 한다. 교육공동체 구성원 모두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거꾸로 외국 학생들이 몰려올 정도 수준으로 공교육 기반을 구축하는 집권2기 교육청사진 마련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