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적격 교원 퇴출방안 논의를 지켜보면 제도 개선을 통한 희망보다 절망을 느낀다. 그야말로 학생들의 장래를 망치는 부적격한 교원들을 정확히 가려내는 제도가 도입된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겠지만 전국적으로 온통 호들갑만 떨고 애꿎은 교원들만 도마 위에 올라 신음하게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법망을 피하는 진짜 부적격한 교원들이 있다고 가정하면 그들은 엉성한 그물망에도 걸려들지 않을 것이기에 하는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물망을 치밀하게 짜면 치어까지 몰살당하게 된다. 얼마 전 스승의 날을 앞두고 모 교육청과 악의적인 학부모가 짜고 저지른 촌지수수 함정단속에 곤욕을 치른 선생님의 경우만 보더라도 이는 결코 기우가 아니다.
교육부가 현재 구상하고 있는 방식은 특정 교원에 대한 민원이 제기되면, 이를 심사 처리할 부적격교원심사위원회를 시군구교육청별로 운영하겠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설익은 구상대로 부적격교원심사위원회가 전국적으로 운영된다고 할 때 학부모단체는 자기 단체 소속 학부모들의 참여를 요구하고 나설 것이다. 그들 좋게 하자고 이런 제도를 구상하게 된 것은 아닌지 의심마저 든다.
결국 고발․감시를 고창하는 학부모 그룹이 득세하고 교육공동체의 갈등은 깊어질 것이다. 소리 없이 학교를 물심양면으로 후원해 오던 학부모들은 소외감과 피해의식마저 느끼게 될 것이다. 목소리 큰 학부모단체만 환영하는 부적격 교원 퇴출방안 마련에 교육부가 왜 앞장서는지 안타깝다.
아무튼 현행 근평제와 별도로 부적격 교원 퇴출을 위한 장치를 마련한다고 하더라도 심사위원에 학부모 참여는 배제해야 한다. 학부모가 고발하고 학부모가 심사까지 하는 부적격 교원 퇴출 장치는 국내 여타 공직에도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다. 교육부는 시류에 편승해 졸속으로 부적격 교원 퇴출방안을 마련하기에 앞서 여타 직종과의 형평성과 예상되는 부작용을 숙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