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 교사와 학생들의 80%는 학교붕괴현상이 자신의 학교에서 벌어지고 있으며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학교붕괴의 원인에 대해서는 교사가 교육부의 부적절한 교육정책을 가장 많이 꼽은 반면 학생들은 어른들과 학생들의 생각이 너무 다르기 때문이라고 응답해 입장 차가 컸다. 이 같은 사실은 최근 청소년개발원이 펴낸 `학교붕괴 실태 및 대책 연구' 보고서에서 드러났다. 윤철경 연구위원과 박창남 연구원이 전국 24개 중·고 교사 218명과 학생 224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의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실태=교사의 90%는 학교붕괴현상이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비관적인 미래를 그렸다. 현재와 비슷할 것이라는 응답은 7%, 덜할 것이라는 응답은 1%에 불과했다. 학생들도 72%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응답한 반면 현재와 비슷할 것이라는 응답은 24%, 덜할 것이라는 응답은 3%에 그쳤다. 학교붕괴의 원인(복수응답)에 대해 교사들은 교육부의 부적절한 교육정책(58%), 가정교육 부재 및 사회가치관의 붕괴(56%), 학교구조 및 교육제도의 경직성(25%), 교사에 대한 매스컴의 부정적 보도(25%), 너무 빨리 변해버린 학생의식(15%) 순으로 꼽았다. 이에 반해 학생들은 어른들의 생각이 학생들과 너무 다르기 때문(52%), 학교가 너무 융통성이 없고 학교활동이 다양하지 않기 때문(46%), 교육부의 잘못된 교육정책 때문(30.9%), 억지로 외우는 공부만 시키기 때문(24.1%)이라는 응답을 보였다. 수업붕괴도 심각했다. 교사의 46.4%는 3분의 1 이하의 학생만이 수업을 듣고 있다고 응답했고 잠자는 학생, 만화잡지를 보며 딴 짓 하는 학생, 잡담 등 소란을 일으키는 학생들이 많아 1시간 수업 중 실제 수업시간이 20∼30분 미만이라는 교사가 전체의 52.3%나 됐다. 결국 가르치는 보람이 없어 학교를 그만두고 싶다는 회의적인 교사도 62%에 달했다. 학생도 수업붕괴를 시인했다. 71.6%의 학생들은 급우들이 너무 떠들어 수업에 방해가 된다고 응답했고 이 때문에 선생님이 수업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학생도 50.9%에 달했다. 학생들은 수업을 듣지 않는 이유에 대해 지루하고 재미없어서(54.4%), 수업내용이 이해하기 어려워서(16.3%), 분위기가 소란하고 선생님이 무섭지 않아서(10.6%), 삶에 도움이 안 돼서(9.4%)라는 응답을 했다. 심각한 것은 생활지도도 마찬가지다. 절반 이하의 학생만 자신의 생활지도를 받아들인다는 교사가 70%에 달했다. 그 원인(개별 항목별 응답)에 대해서는 교칙 위반학생이 너무 많아 일일이 지도할 수 없다에 65%가 동의했고 교칙에 대한 교사의 확신 부재(47%) 교칙의 비현실성(56%)을 이유로 들었다. 학생들도 전체의 56%가, 특히 실고 학생의 70%가 교사의 생활지도를 잘 따르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학생들은 생활지도의 붕괴원인으로 비현실적인 학교교칙(69.3%)을 가장 많이 지적했다. ▲대책=교사들과 학생들이 꼽은 대책이 서로 달랐다. 교사들은 학교붕괴의 정책대안(복수응답)으로 교사의 교권확립(67%)을 가장 강조했고 다음으로 현장중심 교육개혁(31%), 학교의 다양화(24%), 학생지도의 인간화(22%), 특기적성교육과 체험학습의 활성화(17%)를 지적했다. 그리고 교사로서 당장 할 수 있는 해결책으로는 학생들의 변화에 관용적인 태도를 취해야 한다에 51%, 학생들에 대한 좀 더 엄한 규제를 해야 한다에 46%가 응답했다. 반면 학생들은 특기적성교육을 강화하고 체험학습을 더 해야한다(40%)를 가장 많이 꼽았고 학교규칙을 제정하는데 학생이 참가하는 등 학교가 민주화돼야 한다(36%), 똑같은 학교가 아닌 학생들의 필요에 맞는 여러 종류의 학교가 필요하다(35%)는 의견을 다음으로 꼽았다. 당장 할 수 있는 해결책으로는 학생들이 단결하여 현재의 교칙을 현실적으로 고치고 선생님들이 우리의 새로운 요구를 수용하도록 촉구한다(82%)는 답변이 압도적이었고 현재의 교칙을 잘 지키고 선생님 지도를 잘 따르겠다고 결의하고 실천한다는 의견은 17%에 불과했다. /조성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