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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탈북 학생의 남한교육 적응실태

가난·편견으로 학업도 `苦'


해마다 늘어나는 탈북 주민들이 남한 사회에 입문하는 출발점은 바로 학교교육이다. 그러나 학제, 교육과정, 진학풍토 등 모든 것이 낯선 이들에게
홀로서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생활고와 주위의 편견은 뛰어넘어야 할 또 하나의 벽일 뿐이다.

◆실태=탈북 주민들이 겪는 생활고는 학업에 가장 큰 걸림돌이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탈북 학생의 부모 중 직업이 있는 경우는 14.6%에
불과해 생활조차 힘든 형편이다. 특히 혼자뿐인 대학생의 경우 학업 외에 생활비를 버느라 공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등록금은 정부와 학교 당국이 지원하고 생활비도 일부 보조하고 있지만 기초 생활비 외에 교재, 학용품 등을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대학원 재학 중인 이 모군은 "생활비가 모자라 1400원 하는 점심밥도 돈이 아까워 굶는 일이 많았다"고 할 정도다.
이들은 생활비를 벌기 위해 강연이나 행사에 참석한다. 그러나 그 횟수가 많아지면서 학교수업에 자주 결석하게 되고 결국 수업을 못 따라가 공부에
싫증을 느끼게 된다. 대학 4학년인 탁 모군은 "부모님이 같이 왔더라면 도전하고 싶은 꿈이 있어요. 하지만 생활 문제 때문에 다 포기하고
싶어요. 6월 달에 강연을 4번해야 40만원을 벌 수 있는데 수업을 빠지기가 곤란해요. 열심히 해도 수업을 따라가기가 힘들거든요"라고 말했다.
북한에서와는 다른 교과목과 부족한 학습능력을 호소하기도 한다. 탈북 학생들에 대한 사전 교육 제도가 전혀 없기 때문에 국어, 영어, 컴퓨터,
국사 교과에 대한 어려움이 크다.
중학교에 재학 중인 김 모군은 "인문학교 4학년부터 알파벳을 배우고 중학교에서 영어를 배우는데 그것도 정해진 반에서만 배운다"며 "컴퓨터는 전혀
모르고 그런 과목은 들어보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왜곡된 역사 인식 때문에 망신을 당하기도 한다. 대학생 이 모군은 "6·25 전쟁은 북침이라고
했다가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편입 초기에 이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특이한 북한 애'로 보는 교사와 학생들의 시선이다. 억양과 용어가 독특해 처음 1∼2년은
친구들로부터 왕따를 당하기 때문에 등교를 거부하는 학생도 있다. 중학생 김 모군은 "말투를 따라하며 놀리는 친구들과 싸움도 많이 했다"며 "여자
애들은 나를 군사훈련을 받은 무서운 애로 취급했다"고 말했다. 대학에서는 학습능력이 부족하다며 교수가 수업 참여를 아예 배제시키는 일도 있다.
이 모군은 "돌아가며 내 주는 발표과제를 내겐 주지 않으면서 알아서 그만 두라고 눈치였다"며 "할 수 없이 휴학계를 내고 한 학기 동안 부족한
공부를 했다"고 말했다.
한국교육개발원의 조사에서도 탈북 학생의 34.1%는 친구들이 북한에 대해 질문할 때 `기분이 나쁘다'고 응답했고 자신들이 북한에서 왔다는 사실을
모르는 학교나 지역에서 새로 시작하고 싶다는 반응도 34.1%나 됐다.
◆대책=편입학 과정에서의 심사와 인정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이를 담당할 전문부서를 상설·운영해야 할 필요가 있다. 현재는 탈북 학생 규모가
작지만 통일을 대비한다는 차원에서도 현재의 `하나원'이나 `탈북이탈주민후원회' 상담소를 편입학 상담창구로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 또 편입학을
결정할 때 나이보다는 학습능력에 따라 학년을 선정하도록 해야 한다.
탈북 학생의 사전 교육을 위해 남한의 교육체제와 사회 원리를 설명하는 안내서를 개발하되 탈북 주민들의 개별적인 적응 경험과 사례를 소개하고
`북한인권시민연합' 소속 자원봉사 학생을 통해 이뤄지는 가정교육을 유료교육 형태로 전환해 그 비용을 정부가 지원하는 방법도 검토할 만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학생들에 대한 교육지원비 확충이 시급하다. 한국교육개발원 한만길 연구원은 "별도의 지원비를 제공하기보다는 아르바이트 형태의
일자리를 제공해 자본주의 경제생활을 이해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맹목적인 배려보다는 수시 면담을 통해 학교 생활에 원만히
적응하도록 학교와 교사가 지속적인 생활지도를 해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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