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동근 부산교육감을 위원장으로 한 2기 교육혁신위는 공허한 논란으로 지새운 1기 때와는 달리 가시적인 형태의 교육혁신을 추진할 것으로 보여 기대와 우려가 교차되고 있다. 노무현 정부는 집권 후반기를 맞고 있는 시점에서 교육발전에 기여하는 정책을 추진해야할 당위성이 있다.
1기 교육혁신위의 경우 처음부터 이념 편향성에 대한 우려가 컸던 탓인지 큰 사고(?)를 치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국민의 정부 시절 ‘만난을 무릅쓰고 교육개혁을 하겠다’며 무리한 교원정년 단축을 강행해 공교육의 기반을 약화시키고, 7․20 교육여건 개선 사업 역시 교원 수보다 교실 늘리는 데 치중해 오히려 교육여건을 왜곡시킨 측면이 없지 않아 섣부른 개혁보다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나을 수도 있다.
1기 교육혁신위는 일반 연구보고서처럼 백화점식으로 정책만 나열한 최종보고서만 내고 공식 제안 또는 권고사항을 채택하지 않은 채 마감했다. 대학까지 평준화하려고 했던 호기 그리고 교육이력철에 대한 과도한 집착 등 비현실적인 논란으로 세월 다 보내고 마지막으로 서둘러 그 동안의 각종 논란을 내부 조율마저 거치는 둥 마는 둥 정리해 펴낸 모양새다. 그래도 최종 보고서 내용 중 수석교사제 실시, 고교평준화 보완, 국민공통기본과정에 유치원 포함 등 정책 대안은 참고할 만하다.
아무래도 2기 교육혁신위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해야 할 판이다. 교육개혁의 큰 방향에 대한 갈등이 여전한 가운데 백화점식으로 나열된 정책 대안들을 취사선택해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실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과잉 이념의 덫에 빠져 밀실에서 그들만의 논의만 되풀이했던 1기 혁신위의 자폐증적 모습도 혁신해야 한다. 국민 일반이 대통령 직속 교육혁신위원회에 기대하는 것은 범정부적, 초정권적 차원에서 교육발전의 견인차가 되라는 것임을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