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재정에 관한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선 대단한 전문성과 인내가 필요하다. 특히 요즈음의 정부 관료들의 발언내용을 듣노라면 이 말이 더욱 실감난다. 지난 달 28일의 국회 운영위 국감에서 변양균 장관의 “대통령의 대선 공약사항인 GDP 6% 확보는 불가능하다”는 답변과 11일의 교육부 확인 국감에서 김진표 교육부총리의 ”GDP 6% 가능하다”는 답변역시 교육재정에 대한 깊이 있는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일반인들의 귀에는 도통 아리송하기만 하다.
변양균 장관은 “교육재정을 GDP 6%로 확보하려면 정부 예산의 40%를 투여해야 한다”며 실현하기 어려운 공약이라고 ‘소신 발언’을 했다. 그러나 변 장관의 이 날 발언은 부정확한 계산법과 모호한 근거 자료에 의한 ‘왜곡되고 과장된 수치 놀음’에 다름 아니었다. 우선 근거자료가 되는 금년도 GDP 추정치의 경우, 기획예산처는 지금까지 842조를 기준으로 했으나 운영위 국감장에서는 816조를 인용했다. 더구나 정부 예산의 경우 특별회계(30조)와 일반회계(130조)를 합한 액수로 산정해야 함에도 특별회계를 뺀 일반회계 만으로 계산해 정부예산의 40%가 교육예산이 된다는 ‘거품안’을 제시했던 것이다. 일반 국민들의 눈에는 ‘정부 예산이 지나치게 교육에만 집중되고 있다’는 판단을 아니 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한국교총은 변 장관의 ‘해괴한 이중 잣대’ 논리의 허구성을 지적하고 이에 대한 해명을 기획예산처에 요구했다. 교총은 변 장관의 왜곡된 논리가 대통령이 국민에게 한 약속(선거 공약)을 거스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민의 대의 기관인 국회 국정 감사장을 호도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기획예산처의 서면 답변이 도착하는 대로 이를 면밀히 분석해 진위 여부와 책임 소재를 분명히 밝힐 계획이다.
연이어 있은 11일의 국회 교육위의 교육부 확인 감사장의 김진표 부총리의 발언도 애매하기만 마찬가지다. 김 부총리는 앞서의 기획예산처 장관과 다르게 “교육재정 GDP 6% 확보가 2007년이면 가능하다”고 했다. 같은 정부 안에서 같은 사안을 놓고 다른 답변을 하는 장관들의 발언부터가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김 부총리는 그나마 같은 각료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해 “기획예산처가 올 GDP를 820조로 보고 일반회계 134조를 단순 비교해 40%라고 답변한 것 같다 ”고 해명했다.
김 부총리의 이 발언에도 심각한 오류가 보여진다. 변 장관 옹호 발언의 ‘GDP 820조’은 신빙성이 떨어지고 무엇보다 BTL을 교육재정에 포함시킨 것도 납득하기 어려운 계산법이다. 김진표 부총리나 변양균 장관은 재정과 경제 분야에서 우리나라 최고 수준의 관료 출신들이 아닌가. 이런 사람들이 GDP 산정 기준과 정부 예산의 근거 기준을 모를 리 없다. 이쯤에서 한 가지 정리되는 결론은 ‘유능한 정부 각료는 숫자 놀음을 잘 하는 사람’이란 가설이다. 그러나 정작 심각한 문제는 이 같은 숫자놀음에 위정자 뿐 아니라 국민 여론이 호도되며 급기야 파산 직전의 공교육 체제가 돌이킬 수 없는 중병의 나락으로 빠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