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가 기획 시리즈로 내 보내고 있는 ‘위기의 선생님’ 프로를 본 교원들이 분노와 허탈감을 토로하고 있다. SBS는 ‘학부모들은 약자일 수밖에 없다’라는 이상한 시각에서 연일 교권과 관련된 부조리를 고발하고 있는데 가히 시대착오적이다. 예전과 달리 교권이 추락하고, 낮은 처우와 잡무에 시달리는 교원들의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것이다.
행여 학부모를 위한다는 미명아래 선생님의 정당한 힘마저 박탈하려 한다면 어불성설이다. 교권은 국가발전의 원동력이다. 학생들의 나태와 무절제, 학부모들의 과보호, 정치권의 당파성으로부터 학습권을 보호하기 위해 교권은 반드시 확립돼야 한다. SBS 기획물 가운데 교실에서 잠자는 학생들을 방치하는 교사들의 이야기도 나오는데 이 지경에 이른 것은 교권의 남용 또는 포기라기보다 교권의 실추에 기인한다고 봐야한다.
SBS 보도국은 교총이 항의 방문하자 이 기획물의 의도가 공교육 살리기라고 강변했다. 물론 교권을 남용해 학부모와 학생들을 고통으로 몰아가는 일이 벌어져선 안된다. 그러나 극히 일부 교사의 비행을 놓고 폐쇄적 교직문화 운운하며 전체 학교에서 벌어지는 양 보도해 학부모들이 자녀와 함께 선생님들을 싸잡아 비난하게 만들었다는데 문제가 있다. SBS는 교원들이 분노하는 이유를 살피고 겸허히 성찰하기 바란다.
오늘의 교권 상황을 감안한다면 SBS는 1만여 학교에서 벌어진 엽기적 사실을 분칠해 확대 재생산하기보다 ‘선생님, 힘내세요’ 라는 기획물을 편성했어야 옳았다고 생각한다. 교권이 이미 바닥을 기고 있는 줄 몰랐다면 SBS의 정보망이 한심스럽고 알면서도 시청자에 영합해 선정적으로 교권을 유린하는 보도를 편성했다면 그야말로 공교육을 두 번 죽이는 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