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당 최순영 의원이 17일 한나라 이주호 의원에 이어 학교운영위원회에서 교장을 선출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두 의원의 법안 내용은 비슷하지만 법안 발의 동기는 사뭇 달라 동상이몽의 전형이다. 최 의원은 현행 제도는 교육청 지시에 맹종하는 교장을 양산한다며, 교장을 공격하는 반면 이 의원은 반APEC 수업 같은 이념교육을 막기 위해서라도 학운위에서 교장을 선출해야 한다며 전교조를 견제하고 있다.
교육구성원 간 갈등 국면을 발판으로 선동적 법안을 발의한 두 의원의 행태에 대부분의 교원들은 분노하고 있다. 차제에 전교조는 그들의 선배인 교장과 교감을 왜 그토록 불신하는지, 교장선출제가 과연 올바른 길인지 돌아봐야 한다. 신자유주의를 배격하면서 경쟁 원리와 수요자 중심 교육을 실천하는 영국형 모델을 이식하려는 이율배반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재작년 프랑스 교육부장관이 학교를 살리기 위해 민중선동적인 ‘학생 중심 교육’ 원칙을 폐기하자고 호소한 까닭도 곰씹어 보기 바란다.
선배들의 손에서 근무평정권을 박탈해 학부모들의 참여는 명분이고 실제로는 그들이 학교 운영의 전권을 행사하겠다는 속셈이 있다면 이는 참으로 순진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그들의 기대와 달리 학교장 임용권을 학부모들이 행사하게 돼 교권이 무력화되고 교장 선거 때마다 학교가 정치마당이 되면 그 때 가서는 무어라고 할 것인가. 만약 교장선출제 법안이 통과되면 좋은 근평을 받기 위해 교장에게 아부(?)하던 교원들이 유력한 학부모들에게 아부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 이 꼴은 어찌 보려는가.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교장을 선출하는 영국의 학운위에는 교육청 직원도 참여하고 교사위원이 1할 정도에 불과하다. 전교조 역시 학사운영에 아무런 책임도 없는 학부모들이 교장 인선을 좌지우지하는 구도는 원치 않을 것이리라 믿는다. 두 의원과 전교조는 허울을 벗고 속셈을 밝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