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에 나가 보라. 고인 물 같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지금 이 순간에도 한강은 유유히 흘러 바다로 가고 있으며 한번 흘러간 강물은 영원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학창 시절도 흐르는 강물과 같다. 한번 가면 다시는 안 온다. 곧 대학에 진학하거나 사회에 진출하게 될 고3 학생을 위한 특별교육 프로그램이 학교 나름대로 한창 시행되고 있다. 이에 대해 몇 가지 제안하고 싶다.
첫째, 친구들과 대화 하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주자. 고교 시절 친구들은 내 생애에서 가장 영향력을 줄 사람들이다. 나의 성공과 실패가 그들의 손에 달렸는지도 모른다. 친구와 대화할 때는 상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자.
OECD의 발표에 의하면, 우리나라 학생들의 학력은 높은 편이지만 협동학습 능력은 바닥 수준이라고 한다. 우리가 앞으로 살아갈 세상은 협동하지 않고는 도저히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다. 남과 더불어 살아갈 공동체 정신을 길러야 한다.
친구와의 대화의 폭을 넓혀보자. 사사로운 일부터 시작해 국가와 민족문제를 논의해보자. 일제시대 우리가 핍박을 받은 것은 민족이 없어서가 아니라 국가를 빼앗겼기 때문이며 ‘한강의 기적’은 민족이 이룩해낸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이룩해낸 성과인 것이다. 미국이 세계 최강국으로 잘 사는 것은 민족이 강해서가 아니라 국가가 강하기 때문임을 알게 하자. 우리를 먹여 살리는 것은 국가이지 민족이 아니다. 지금이야말로 바른 국가관과 바른 역사관 교육이 필요한 때다.
둘째, 자연과의 대화 기회를 만들어주자. 도시화, 산업화, 핵가족, 환경오염 등으로 우리는 여유가 없어졌다. 심신은 지쳐있고 스트레스가 쌓일 대로 쌓인다. 들과 산, 바다와 강으로 자연과 벗 삼아 국토 순례를 하다보면 마음의 안정을 얻을 수 있다. 호연지기를 기르자. 신라 화랑도는 국토순례를 통해 호연지기를 기르는 것이 가장 중요한 교육 프로그램이었다고 한다. 자연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인산지수(仁山智水), 산은 어질고 물은 지혜롭다 했으니 요산요수(樂山樂水)로 심신의 피로를 풀고 활력을 재충전하자.
우리의 조상이 그 수많은 외침을 당하면서도 어떻게 이 강토, 이 자연을 지켜왔는지를 생각해보자. 특히 지난 100년의 역사를 되짚어 올라가보자. 한말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의 각축전과 요즘 우리나라 주변 정세를 비교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어린 학생들은 마른 스펀지다. 빨간 물이든 파란 물이든 그대로 빨아들인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에서 감상적 민족주의와 통일교육이 우리 아이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지 않은지 살펴보아야 한다. 탈냉전시대라 하지만 얼음은 녹을 때 더 위험한 법이다. 역사는 젊은이의 것이다. 예비 대학생인 고3 학생들에게 역사적 사명의식을 키워주어야 한다.
셋째, 사회 저명인사를 초청해 그들이 살아온 역사를 들어보자. 오늘 우리는 어른 없는 세상에 산다. 뿌리 없는 나무가 없으며 어제가 있었기에 오늘이 있고 내일이 있는 것이다. 부모님의 말씀은 물론이고 나라를 지키고 산업화와 민주화의 역정을 겪어온 어른들 말씀은 청소년들이 앞으로 살아가는데 좋은 약이 될 것이다.
대학 생활의 오리엔테이션, 예비대학생의 독서 방법, 정보화시대의 세계화 전략, 대한민국 현대사, 탈냉전시대의 이데올로기, 통일문제,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정체성에 대해서 어른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한번 들어보자.
학교에서 열심히 학생을 교육해도 지금 우리 사회는 아이들을 보호하고 방어할 사상적 안전벽이 없는데다가 지금 우리 아이들은 급격한 사회변화 속에서 가치관의 ‘아노미’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선과 악, 적과 우방, 국가와 정권을 구별 못하는 색맹이 되어가고 있다는 어른들 말씀을 결코 흘려버려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