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등 일부 정당이 9일 국회에서 당사자인 사학법인 측과 한나라당, 종교, 시민, 교육단체, 학회 등의 반대 주장을 외면하고 사립학교법 개정을 일방적으로 강행 처리하자 이를 규탄하는 후폭풍이 거세다. 특히 개방형 이사제 도입 문제는 법으로 강제할 성질이 아니라는 점에서 정부여당의 무리수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사학의 자율성을 근본적으로 위협․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에 위헌소지는 물론 종교의 자유 침해, 국가의 정체성 논란마저 부르고 있다. 또한 공립의 사립화라는 세계적 추세에도 역행하는 것이다.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우리나라 공교육의 근간을 좌우하는 법안으로 극한 대치 후 일방 통과라는 비정상적인 수순이 아니라 당연히 합의 처리했어야 할 사안이다. 사학의 자율성과 공공성이 균형 있게 보장되는 방향에서 국민적 공론과 합의과정을 거쳐 순리에 맞게 개정될 수 있는 개연성은 얼마든지 있었다. 한나라당 역시 개정안을 내놓고 있었고 한국교총도 일부 사학의 비리 근절을 통해 사학의 공공성을 제고하며 사학의 특수성과 자주성을 보장함으로써 사학의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개정안을 마련해 제시해 왔다. 그리고 사학측도 사학윤리위원회 제도 개선 등을 통해 강력한 자정 노력을 기울이면서 사학법 개정에 대해 일정기간 유예를 요청해 온 게 저간의 사정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적 당위성이 아닌 정치적 논리에 급급해 사학법을 졸속적으로 강행 처리한 것은 정부여당의 독선과 횡포라 아니할 수 없다. 노 대통령은 국가의 기본질서를 훼손하는 개정 사립학교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통해 섣부른 개혁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진정시키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