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선거를 앞둔 노대통령이 교원들을 사회변화에 가장 저항하는 집단으로 매도하는 발언을 했는데, 그의 의중과 정치적 계산법이 궁금하다. 선진 외국의 교원단체처럼 선거를 앞두고 지지 또는 반대하는 정당을 공개적으로 표명할 수 있고 지지 정당에 후원금을 보낼 수 있다면 대통령의 발언이 이처럼 가벼울 수 있었을까.
혹시 노대통령의 경우 교원집단은 다른 집단과 달라 폄하하는 발언을 해도 손해 볼 게 없다는 계산을 하지 않았을까. 사회 변화에 저항하는 다른 두세 개 집단이 더 있다고만 했지 굳이 거명하지 않은 것만 봐도 그렇다. 과거에 위정자들은 인적자원밖에 없는 우리나라를 이만큼 성장시킨 게 교원이라고 추켜세웠건만 어느덧 대통령이 교원들의 왕따를 부추기는 지경이 됐다.
교원단체의 정치적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줄어들면서 정치권 인심도 변했다는 얘기다. 각종 시민단체의 힘이 미미했던 과거에는 조직화된 교원단체의 힘이 지금보다 훨씬 더 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원단체의 정치활동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이 묶여있지만 사용자 단체는 지지․반대 정당 표명과 함께 특정 정당에 정치자금을 줄 수 있고 노동자 단체는 지지․반대 정당을 표명할 수 있는 정도로 정치적 기본권을 확대해 왔다. 더욱이 시민단체들은 낙선운동에 이어 정치인들의 공약을 평가하는 활동을 벌인다고 하니 정치인들은 그들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처지다.
공교육에 대한 불신 그리고 사교육 의존도 심화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완화시키기 위서라도 대통령은 누구보다 앞장서 공교육과 교원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기대를 보냈어야 했는데, 그는 교원 때리기로 국민 일반의 막연한 불신 정서에 편승했다. 참여정부를 표방하는 대통령은 교원들의 입과 손․발에 채워진 족쇄를 풀어 단순한 저항집단이 아니라 이 사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지도적 집단으로 거듭 나도록 지원할 책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