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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창가에서> ‘잔인한 5월’을 보내며

흔히들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일컫는다. 그런데 이제 우리 교육자들은 4월이 아니라 ‘찬란한 5월’을 ‘가장 잔인할 달’로 기억해야 할 것 같다. 해마다 5월만 되면 신문기사마다 도배되다시피 하는 불미스러운 교육관련 기사를 볼 때마다 교원들은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스승의 날’과 ‘교육주간’이 제정된 것은 교육현장에서 2세 교육에 헌신하는 교육자들의 공덕을 기리고 칭찬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언론과 사회의 분위기는 마치 교육주간을 선생님들의 비리를 파헤치는 기간으로 전락시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마저 든다. 급기야 올해는 서울지역의 경우에 대부분의 학교에서 스승의 날을 휴무일로 지정한 바 있지만, 이에 대해 언론들은 또 비아냥대기에 바빴다.

교육계만 성역으로 둬야 한다는 얘기가 결코 아니다. 교육자들만 대우받겠다고, 감싸달라고 애원하는 것이 아니다. 교원들도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잘못을 저지를 수 있고, 그 잘못의 경중에 따라 처벌을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사건을 보도하는 언론들의 태도나 일부 사회단체, 학부모들의 비판 방식은 대단히 문제가 많다고 생각한다.

빈대잡자고 초가삼간을 태울 수는 없지 않은가. 전체 교원들의 사기를 꺾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교육문제를 함부로 재단하는 언론과 사회, 지금이라도 문제점을 깨닫고 바로잡아야 한다. 첫째, 침소봉대하지 말라. 일부의 불미스러운 일을 마치 전체 학교나 전체 교원들이 저지르는 일인 양 보도해서는 안 된다. 일부 언론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 중의 하나인데, 언론의 속성상 앞뒤 사정 다 떼어버리고 특정 부분만 확대하여 보도한다든가, ‘학교가 도대체 왜 이러나?’ 같은 기사의 제목처럼 마치 모든 학교가 ‘비리의 온상’인 것처럼 판단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둘째, 선정주의를 지양하라. 언론들이 경쟁적으로 자극적인 제목과 기사로 독자들의 시선을 끌려고 기를 쓰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제발 교육문제만큼은 있는 그대로 비판해주었으면 좋겠다. 정신적으로 아직 완전히 성숙하지 않은 청소년들이 자극적인 제목과 기사내용을 보고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설사 일부 학교에서, 또는 일부 교원이 큰 잘못을 저질렀다고 하더라도, 국민들의 알 권리가 정말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교육적인 견지에서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이 기사를 보고 어떻게 생각할까를 한번 더 생각한 후에 신중하게 보도해주었으면 좋겠다.

셋째, ‘한건주의’를 배격하라. 일부 언론과 단체는 ‘스승의 날’만 되면 마치 이번 기회에 반드시 한건 올려야 되겠다는 듯이 눈에 불을 켜고 교육현장을 바라보는 것 같다. 학교현장에 잘못된 점이 있으면 개선해야 마땅하고, 비리를 저지른 교원이 있으면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때가 되면 기다렸다는 듯 기자회견을 여는 모습은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다. 한건주의나 폭로주의에 중독되면 정작 비판의 목적은 사라지고 조직의 이기주의만 남는다.

넷째, 어불성설하지 말라. ‘학교 촌지근절 법안’이라니 정말 기가 막혀 웃음도 나오지 않는다. ‘학교 촌지근절 법안’을 만든다면 앞으로 국회의원 뇌물수수 금지법, 경찰관 뇌물수수 금지법, 공무원 뇌물수수 금지법도 만들겠다는 말인가. 법안을 내놓은 국회의원이 ‘법률만능주의’에 빠진 사람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그 단순논리는 우리 교육자들을 우롱하는 것처럼 보여 기운이 빠진다.

교육의 문제는 단순히 법으로 재단하거나, 언론에서 마구 비판만 한다고 해서 풀리는 것이 아니다. 제도 개선과 더불어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의식 변화, 교원들의 엄격한 자기 검열과 부단한 연찬 등이 어우러져야만 진정한 교육발전을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년 5월에는 ‘촌지(寸志)’가 원래 뜻 그대로 교육현장에서 선생님들의 은혜에 대한 작은 뜻, 작은 정성으로 인식되기를 간절히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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