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경우 2005년 4월 현재 공립 초중고 민간인 교장이 103명이다. 이를 4만여 초중고교 숫자로 나누면 대략 0.25%다. 이 정도 문이 열리는데 1998년 이후 8년이 걸렸다. 일본이 민간인에 교장 직을 개방하게 된 배경에는 전후 베이비 붐 세대의 대량 퇴직을 앞두고 퇴직 교원은 물론 민간기업 경험자 등 다양한 인재를 확보해야하는 일본 교육계의 수요가 있다. 교원의 사기는 아랑곳없이 기득권 운운하며 윽박지르듯 교장 자리를 내놓으라는 우리와 사정이 다르다.
근래 우리 교육계는 교장 자리를 교사 출신들로만 채우지 말고 개방하라는 국회, 시민단체, 관료, 언론들의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교원의 사기 진작을 위해 승진 자리를 늘리고 승진 개념을 확대하는 방안은 찾지 않고 여기저기서 하늘의 별따기라는 비좁은 교장 자리를 강탈할 궁리만 하고 있다. 언젠가 모 국회 교육위원은 교육부장관에게 “나도 국회의원 그만 두면 교장을 하고 싶은데, 우리 같은 사람이 교육에 전문성이 없단 말인가”고 따져 빈축을 산 적이 있다. 관료와 중소기업 임원 출신들도 눈독을 들이고 새파란 교사들도 ‘교장을 민주적으로 선출하자’고 들이 대는 형국이다.
교육부는 이러한 사회적 압박을 빌미로 교장 자리를 민간에 개방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일부 특성화고교 교장을 민간인으로 임용한데 이어 올 9월에는 교장공모 방식으로 특성화 고교 중 4곳을 민간인 출신에 추가 개방한다. 이런 추세라면 내년에는 교장직 개방 정도가 일본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청와대와 교육혁신위는 교원정책개선 특위 전체회의에서 부결돼 폐기된 무자격 교장공모제 방안을 강행하려해 교총 등 교육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교장 자격을 강화하는 세계적 추세에 역행에 교육계 안팎에서 교장 자리를 유린하는 상황을 교원들은 결단코 저지해야 한다. 조만간 국민들 또한 누울 자리도 보지 않고 다리를 뻗어 공교육 체제를 흔들어 대는 몰염치를 심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