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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김병준 교육호' 순항할까

외고 모집제한ㆍ교원평가ㆍ교장공모 등 곳곳 암초
큰 변화없이 교육양극화해소ㆍ대학개혁 주력할 듯

새 교육부총리에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내정되면서 '김병준 교육호'가 순조롭게 항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외국어고 응시 지역제한 등 최근 불거졌던 평준화 정책 논란을 비롯해 교원평가제, 교장공모제 등 굵직굵직한 교육 현안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김 전 실장의 '세금 폭탄'이 '교육 폭탄'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막연한 우려도 팽배해 있는 실정이다. 김 내정자는 "세금폭탄이라는 말은 내가 한 게 아니라 야당에서 그렇게 주장한다고 인용한 것일 뿐"이라고 말해왔다.

지방자치 분야의 전문가로 통하는 김 내정자는 특히 지방균형 발전, 수도권-지방 격차 해소 등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지방자치실무연구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지방자치위원장, 국민대 지방자치경영연구소장, 전국 시장ㆍ군수ㆍ구청장협의회 자문교수 등 지방자치와 관련된 풍부한 경력을 자랑한다.

참여정부 들어 대통령 정부혁신 및 지방분권위원회 위원장(장관급)도 지내면서 행정고시, 외무고시 합격자의 20%를 지방출신으로 뽑는 지방인재 채용목표제를 도입한 것도 그의 작품이다.

그는 2004년 3월 교육부 업모보고를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지방분권화에 맞춰 교육제도를 고치겠다. 지방의 학부모와 학생들의 수요에 맞는 교육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언급했었다.

따라서 자연스레 수도권-지방의 교육분야 균형발전 차원에서 지방대학 육성, 교육 양극화 해소 등이 상당한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방대 혁신역량 강화(NURI)사업을 비롯해 지방의 낙후된 교육여건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지방대학 특성화 사업, 초중등 분야 교육격차 해소 정책 등이 강도높게 추진 될 것으로 교육부는 전망하고 있다.

김 내정자는 또한 대학교육개혁에도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3월 말 총리 기용이 무산된 뒤 5월 말 정책실장직에서 물러나기 이전부터 이미 교육부총리 기용에 대한 언질을 받은 듯 대학교육개혁 의지를 보여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지난해 2월 제주도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김진표 교육부총리의 인선배경을 설명하면서 "대학교수부터 교육과정까지 모두 바뀌어야 하는데 기업 등 수요자와 얘기할 분이 필요하다. 어떤 식으로든 대학 개혁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람 키우는 것이 경쟁력'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김 내정자는 노무현 대통령의 '대학은 곧 산업'이라는 대학관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대학구조개혁은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학구조조정 사업은 현재 2기로 접어들었으나 사립대 통폐합은 물론 정부가 어느정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국공립대 통폐합 조차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김 내정자는 이밖에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평준화 정책과 관련해 골격을 유지하되 수월성 교육(엘리트 교육)을 병행 보완하고 논술고사의 본고사화 움직임에 대해서는 교육의 비정상을 초래하면 안된다는 입장을 밝힌 적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김 교육부총리 내정자의 생각이 교육정책에 투영되기 위해서는 먼저 헤쳐나가야 할 암초가 곳곳에 널려 있다.

당장의 교육계 현안으로는 외국어고 지원 자격을 전국단위에서 시ㆍ도 단위로 제한하는 외고 문제를 비롯해 자립형사립고(자사고), 공영형 자율학교 도입 등 평준화 정책 관련 논란을 꼽을 수 있다.

정부의 평준화 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신임 교육부총리가 평준화 정책을 지속하면서 수월성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들을 어떻게정리해 나갈지 관심거리다.

교원평가제, 교장공모제 등의 정책을 놓고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는 교육ㆍ학부모 단체 등의 이해관계를 어떻게 풀어갈지도 주목된다.

시범 도입 2학기째를 맞고 있는 교원평가제의 경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을 중심으로 반발 움직임이 크고 교장공모제의 경우 한국교총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반면 학부모단체들은 교원평가제와 교장공모제에 대한 강력한 지지의사를 밝히고 있다.

내신 위주로 전환되는 2008학년도 대입제도(현행 고2년생부터 적용)의 정착을 위해서는 대학과 고교의 이해관계를 조율해야 하고 마무리 단계로 접어든 급식사고 후속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교육부 고위 관계자는 "외고 모집단위 제한 등 평준화 정책이나 교원정책 등 참여정부의 기본적인 교육정책 방향에는 큰 변화가 없을것"이라며 "교육현장 및 교원단체나 학부모 단체들의 이해관계를 조율해 개혁정책을 차질없이 추진해 나가는 데 주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열린우리당 간사인 정봉주 의원은 3일 인터넷 매체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에서 "사교육 부담 최소화 및 공교육 정상화, 저출산 및 영ㆍ유아 교육대책, 대학교육 개혁 등 주요 교육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키워드는 정책에 대한 확신성과 추진력"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김병준 내정자의 정책판단 스타일이나 개별정책에 대한 이해도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정부 안에서 오랜기간 정책을 집행하고 추진해왔던 그의 정책 집행 추진력에 대한 노하우를 더 높이 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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