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25 (금)

  • 맑음동두천 15.1℃
  • 맑음강릉 16.6℃
  • 맑음서울 14.2℃
  • 맑음대전 16.2℃
  • 구름조금대구 15.3℃
  • 구름많음울산 15.5℃
  • 구름많음광주 16.4℃
  • 구름많음부산 16.3℃
  • 구름많음고창 14.5℃
  • 흐림제주 14.9℃
  • 맑음강화 14.2℃
  • 맑음보은 14.3℃
  • 맑음금산 14.6℃
  • 흐림강진군 14.6℃
  • 구름조금경주시 16.1℃
  • 구름많음거제 15.8℃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현장의 소리> 수학 선행학습의 문제점

요즘 아이들의 수학 성적이 갈수록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학원이 없었던 그 옛날, 우리는 수학 문제 푸느라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내고 그래도 모르면 체크해 뒀다가 쉬는 시간 틈틈이 선생님께 여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요즘은 학원이다 학습지다 해서 좋은 환경에서 많은 양을 공부하고 또 선행 학습까지 하는데 실력이 떨어진다니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러다 이미 대중화되어 있는 인터넷 사용과 게임, 핸드폰, 그리고 학원에서의 선행 학습이 그 원인이 있지 않을까 하는 데에 생각이 미쳤다. 중독되다시피 한 인터넷의 화려한 유혹과 게임, 무분별한 핸드폰 사용이 아이들의 머리에서 사고하는 능력을 ‘일시 정지’시켰다고 생각된다. 화려한 영상이 깃들여진 컴퓨터 화면에 익숙해진 아이들이 흑백으로 된 책과의 공부에서 멀어지게 되고 속전속결의 게임을 하는 아이들은 따분하고 지루한 책상머리에서의 공부는 진부한 것으로 치부하게 된다.

그리고 내신 관리를 위한 학원의 선행학습은 학교 진도보다 한 발 앞서 수업이 진행된다. 물론 학교 진도에 맞추어 다져나가는 수업도 일부 있다. 예습 차원의 선행은 기본적인 개념 원리를 짧은 기간에 훑어나가는 식으로 운영되며 이것을 마치면 심화학습으로 나가게 된다. 대개의 아이들은 새로운 학습에 대해 약간의 호기심이나 흥미를 갖게 되는데 이미 선행학습에서 어떤 내용이란 것을 알고 나면 다음 단계인 심화과정에서 호기심은 사라지고 집중도도 현저하게 떨어진다. 이러한 선행의 반복과 아이들의 집중도는 반비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뒤늦게 학교에서 그 내용을 또 시작하니 이미 학원에서 수없이 반복하여 들은 내용이라 아이들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착각해 흥미와 집중도는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게다가 학원에서는 단기간에 과정을 마치다 보니 말이 개념 원리지 진정한 개념 원리를 깨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이러한 현상은 초등학교에서도 마찬가지이다. 1학년 수학에서는 한 학기 내내 공부해도 50까지의 수이고 1년을 다 해도 100까지만 공부한다. 그런데 아이들은 이미 학원에서 혹은 학습지로 더욱 많은 선행을 해온 뒤다. 식상한 나머지 아무리 과정 중심의 수업을 진행해도 무슨 흥미가 있을 것이며 호기심과 새로운 발견이란 것은 찾기가 힘들다.

이미 알고 있다고 떠들어대는 아이들 속에서 차근차근 설명하기는 힘들 뿐만 아니라 오히려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하는 아이들에게 방해가 된다는 것을 학부모들은 알고 있을까. 결국 선행하지 않는 아이는 ‘상대적 피해’라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선무당 사람 잡는다‘는 속담대로 어설프게 알고 있는 선행이 정말 알아야 할 중요한 부분을 놓치는 경우가 되고 마는 것이다. 그 결과 시험을 쳐보면 단순한 덧셈과 뺄셈의 답을 요구하는 부분에서는 단숨에 해 나가지만 그 답이 나오게 되는 과정이나 사고력 중심의 문제는 잘 알지 못하고 또 모른다고 해도 깊이 생각하려고 하지 않는다. 간혹 두 가지의 답을 요구하는 물음에는 문제조차 제대로 읽어볼 생각을 하지 않다 보니 아는 것도 틀리게 마련이다.

수학의 묘미란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어려운 문제를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하나씩 풀어나가는 사고의 과정에 있다. 그것을 실생활에 적용하여 슬기롭게 대처하며 살아가는 것을 배워야 하는 아이들이 이것을 무시하고 오로지 계산과 답에만 치중하는 것이 계속될까봐 걱정스럽다.

통합적 창의력을 근간으로 하는 7차 교육과정이 이렇게 무리한 선행학습으로 인해 사고력은 물론 창의력까지 깡그리 무시된 채 아이들은 조금만 생각하는, 조금만 고민해야 할 상황에 부딪치면 쉽게 포기하는 심각한 생각에까지 이르렀다. 또 이와 같은 이유로 해서 고등학생들의 수학 실력이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신 관리의 미명 하에 아이들의 사고력은 점점 무너지지 않나 하는 우려를 씻을 수 없다.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