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시간에 한 아이가 발표하러 앞으로 나오다가 쭈르륵 미끄러지는 바람에 쿵 하고 엉덩방아를 찧으며 넘어졌다. 교실은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었다.
그때 한 아이가 “선생님, 저는 엄마, 아빠, 형아와 함께 물 속에 있는 고기를 잡다가 넘어졌어요. 교실은 바닥이 미끄러워서 넘어졌지만 저는 물 속에 넘어졌는데 왜 그럴까요?” 하고 물었다. ‘아! 물 속에 뭔가 미끄러운 것이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이 문제를 두 꼬맹이와 함께 탐구하기로 결정했다.
경북과학전람회에 ‘돌의 미끄러움과 물의 오염과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주제로 출품할 작품 계획서를 내놓고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얼마나 부족한지 금방 오전이다 싶었는데 어느새 오후가 되어 버리고 황금 같은 토요일, 일요일은 쉬어보지도 못한 채 이리 뛰고 저리 뛰었다. 포항, 경주에 있는 폭포의 돌 채집 때문에 계곡이라는 계곡은 다 돌아다녔다. 매일 오후 9시가 되어서야 각 종류별로 탐구학습을 한 뒤 아이들과 같이 퇴근을 했다.
아이들이 2학년이다 보니 혹시 어려운 과학전람회 심사위원들의 질문에 울지나 않을까 걱정이 되어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우리 꼬맹이들은 고된 연습에도 불평 한 마디 없이 잘 따라줘 나에게도 큰 힘이 되었다.
드디어 전람회 대회 날짜가 다가왔다. 대회장에 가보니 2학년은 우리밖에 없었다. 대부분 5,6학년이고 4학년이 제일 낮은 학년이었다.
두 아이가 대회장으로 들어간 뒤 나는 가슴이 조마조마해서 남모르게 계단 밑에 쭈그리고 앉았다. 우리반 꼬맹이가 심사위원 앞에서 거침없이 발표하고 질문에 똑똑하게 대답하는 것을 보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교수님은 앞니가 빠진 이 귀여운 꼬맹이에게 “너희들은 몇 학년이냐?” 물었다. “2학년입니다!” “너희 선생님 대단한 분이시구나! 너희들 참 똑똑하게 발표를 잘한다.”
발표를 마치고 나온 아이들의 말에 정말 뛸 듯이 기뻤다. 우리 아이들은 교육감의 우량상을 받게 됐다. 비록 큰 상은 아니었지만 특상 못지않게 기뻤다. 무엇이든 하면 된다는 사실을 두 꼬맹이와 나는 함께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