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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론> 국민은 공모제를 원치 않아

교육혁신위원회가 지난달 21일 본회의에서 전문가들로 구성된 교원정책특위가 부결시킨 교장공모제안을 다시 강행하기로 했다. 15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교사는 누구나 응모할 수 있도록 하고, 공모 절차는 학부모 총회의 의견을 존중해 학교운영위원회에서 결정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혁신위가 부결된 안을 다시 강행하면서 협력관계를 가져야 할 교원 간에 대립과 갈등은 피할 수 없게 됐다. 나아가 이제는 교장공모제가 학교운영의 지배구조 확보를 위한 헤게모니 쟁탈전으로 치닫고 있는 것 같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이 어떠할지 걱정스럽다.

사실 학부모들의 학교에 대한 평가는 그리 좋은 편이 못된다. 사교육의 팽창이 공교육의 부실 때문이라는 원망도 하고, 학생들의 수업만족도가 OECD 회원국 가운데 하위권이라는 조사보고도 있었다. 그래서 교육당국에서는 지금을 공교육의 위기 시기라고 규정하고 학교 교육력 제고를 위해서는 교원의 전문성 신장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국민들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교원들이 학교운영의 권한을 차지하기 위해 쟁탈전을 벌이는 것이 결코 아니다. 교원들이 전문성을 향상시켜 자신들의 자녀들을 더 잘 가르쳐주길 바라며, 나아가 학교가 갖는 사회적 책무를 더 잘해주기를 바란다.

교원 중에서도 교장이 학교의 교육력을 제고시키는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국민들이 원하는 교장은 교사들 중에서 선발해 교장직을 수행하다가 임기가 끝나면 교사로 다시 돌아가는, 마치 지나가는 과객과 같은 존재가 결코 아니다. 국민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교장이 권한만 누리고 책임지지 않는 것이다. 교장이 철저한 책임감으로 좋은 학교를 만들어 주길 바라고 있다. 책임을 진다는 것은 마음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능력 즉, 전문성이 필요하므로 지금 국민들은 전문성을 갖춘 교장을 절실히 원하는 것이다.

교장공모제가 갖는 특성 중의 하나는 15년 교사 경력만 있으면 누구나 교장으로 응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15년간 학생을 가르치고 나면, 학교를 운영할 능력을 갖게 된다고 보는 것이다. 물론 그 정도 경험이면 교사로서 상당한 능력을 축적한 것으로 볼 수도 있겠으나, 가르치는 전문성이라면 몰라도 학교경영의 전문성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잘못된 가정이다.

교수전문성과 경영전문성을 구별하지 못하는 것은, 마치 기업에서 생산직 경력 15년이면 누구나 CEO로써 회사를 충분히 경영할 능력을 갖추게 된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 결국 교장공모제는 국민의 뜻과는 상관없이 교직내부에서 특정 교원세력이 학교운영의 지배구조를 바꾸어 헤게모니를 차지하는 데는 유리할지 몰라도, 교장의 전문성을 보장하고 국민에 대한 학교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학교의 교육력을 제고시키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교장공모제가 갖는 또 다른 특성은 학교운영위원회가 교장선발에 자율적 결정권을 갖는다는 점이다. 외국의 예를 볼 때, 학교가 공모교장을 선택하는 경우는 단위학교의 운영이 전적으로 학교구성원에 의해 자립적으로 운영되고, 그 결과에 대해 구성원들이 스스로 책임지는 형태의 학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자립형 사립학교나 대안학교 정도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본래 자율은 책임을 전제로 하고, 책임지지 않는 자율은 방종에 지나지 않는 것인데, 현재 우리나라의 학교운영위원회는 책무성이라는 개념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실정이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동안 교육감 선거 때마다 학교운영위원들이 보여준 무책임한 행태는 국민들을 실망시키고도 남는다. 그리고 벌써 떠도는 소문에 의하면 교장선출에서 수적 우위를 차지하기 위하여 교원단체들과 학부모단체들이 학교운영위원 확보경쟁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것이 국민들이 원하는 것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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