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년 전, 우리반 반장 준희가 백일장에서 장원을 했다. 작품을 읽어봤더니 “나는 오늘도 서랍 속의 조약돌을 만져보면서 나 자신과 선생님에 대한 약속을 돌아보고 있다”는 문장으로 끝맺음하고 있었다. 조약돌, 나도 잊고 있었는데….
그해 중간고사에서 우리반은 꼴찌를 했었다. 아침 자율학습 시간, 내 눈을 똑바로 보는 아이들이 없었다.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아이들이기에 걱정스러웠다. “지금부터 선착순으로 운동장에서 재주껏 예쁜 조약돌을 주워와 책상 위에 놓는다. 실시!”
뜻밖의 명령이었지만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우당탕퉁탕 아이들은 2층인 교실 문을 박차고 운동장으로 뛰쳐나갔다. 잠시 후, 헐떡이며 뒷자리에 앉아있는 정은이가 제일 빨리 들어와 책상 위에 조약돌을 놓았다. 뒤따라 우르르 아이들이 들어와 책상 위에 조약돌을 놓고 기다렸다.
“조약돌은 바로 너희들의 의지다. 점심시간까지 너희들이 주운 조약돌에 좌우명을 써라. 아직 좌우명도 없이 공부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런 사람들은 평생 좌우명 하나를 정해서 적는다. 깨끗이 목욕시켜 예쁘게 적어라.”
점심시간에 교실로 갔더니 모두 조용히 앉아 기다리고 있다. “조약돌을 꺼내봐!”
나는 깜짝 놀랐다. 교실 전체가 알록달록했기 때문이다. 조약돌에 물감으로 바탕색을 칠한 것도 있고 수정펜을 이용해 글씨를 하얗게 쓴 것도 있었다. 그저 조약돌에 좌우명을 쓰게 해 의지를 심어줄 생각이었는데 뜻밖이었다. ‘후회보다 반성을’, ‘걷는 자만이 앞으로 간다’, ‘결심을 실천으로’ 등등.
“정말 수고했다. 흔하고 못난 조약돌이 자신만의 아름다운 조약돌로 다시 태어났듯 여러분도 변화해주길 간절히 바란다. 조약돌은 집에 가서 책상 가까이 놓아두고 늘 마음에 새기고 실천하자.”
기말고사에서 우리반 성적이 중상위권으로 향상된 것은 아마 조약돌의 아름다운 조화 때문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