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에서 “버스 값이 올랐다”, “비행기 값이 올랐다”는 말을 쓰곤 한다. 그러나 엄격하게 말해서 이는 잘못된 표현이다.
‘값’이란 사고파는 물건에 일정하게 매겨진 액수, 물건을 사고팔 때 주고받는 돈, 혹은 어떤 사물의 중요성이나 의의, 노력이나 희생에 따른 보람이나 대가 등을 폭넓게 이르는 말이다. “물건이 모자라서 부르는 게 값이다.” “애쓴 값도 없이 모든 일이 수포로 돌아갔다.”
그런데 여기서 유의해야 할 점은 서비스에 대한 지불인지, 상품에 대한 지불인지를 구분하는 것이다. ‘값’이란 상품을 사고 팔 때 쓰는 말이고, ‘요금’과 ‘삯’은 서비스를 살 때 쓰는 말이다. 버스나 지하철, 비행기 등은 서비스를 사는 것이기 때문에 “버스 요금이 올랐다”, “비행기 삯이 올랐다”고 써야 옳다.
‘삯’이란 일한 데 대한 품값으로 주는 돈이나 물건, 또는 어떤 물건이나 시설을 이용하고 주는 돈을 뜻한다.
문순태의 ‘타오르는 강’을 보면 “두 사람이 서울에 갔다 오자면 화륜차 왕복 삯만 해도 사 원이나 되는데, 그 많은 돈을 쓸데없이 내버려?”라는 문장이 나온다. 버스나 비행기 뒤에 값이 아니라 삯이 붙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한편 집세나 방세처럼 ‘세’는 남의 건물이나 물건 따위를 빌려 쓰고 그 값으로 내는 돈, 또는 빌려 쓰는 일 자체를 뜻한다. 즉 임대기간이 있는 비용을 가리킬 때는 세를 쓰면 된다.
어찌 보면 사소한 것들처럼 여겨질 수 있지만 올바른 경제관념을 위해서도 이러한 표현들을 구분해서 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