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20 (일)

  • 맑음동두천 21.4℃
  • 구름많음강릉 17.0℃
  • 맑음서울 21.2℃
  • 흐림대전 19.7℃
  • 흐림대구 13.7℃
  • 흐림울산 13.2℃
  • 흐림광주 22.0℃
  • 흐림부산 14.4℃
  • 흐림고창 18.8℃
  • 박무제주 17.2℃
  • 맑음강화 19.6℃
  • 흐림보은 19.4℃
  • 구름많음금산 20.3℃
  • 구름많음강진군 23.1℃
  • 흐림경주시 13.1℃
  • 구름많음거제 14.1℃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현장의 소리> 혼란에 빠진 고3 교실

2004년 10월 28일 ‘2008학년도 이후 대입제도 개선안’이 확정, 발표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은 학교 밖 교육을 학교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제도라고 말했다. 사교육보다는 공교육을 중시해 학교생활기록부(내신)의 반영비율을 높이겠다는 것이 근본 취지였기 때문이다. 대입제도가 바뀔 때마다 ‘학교교육 정상화’는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의 교육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아직도 고교교육은 대학입시에 종속되어 있고 사교육에 대한 국민 부담은 너무 버겁다.

당시 중 3이었던 학생들이 고등학교에 입학한 2005년 봄, 새내기들의 교실 분위기는 예사롭지 않았다. ‘석차 9등급제’의 상대평가 방식에 부담을 느낀 학생들이 서로를 경계하며 ‘내신반란’이라도 일으킬 기세였다. 그래서 중간고사를 앞두고 ‘저주받은 89년생’이라고 자조하며 촛불을 들고 광화문으로 모여 들기도 했다. “전 과목을 잘 해야 대학 간다” “1등급 받지 못하면 명문대 못 간다” “100점을 받아도 1등급에서 밀릴 수 있다” 등 무슨 괴담 같은 말들이 그들을 괴롭혔던 것이다.

이제 그들은 2학년이 되었고 2008학년도 대학입시를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각 대학들이 2008학년도 전형계획을 발표하면서 그들을 다시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논술고사 반영비율을 확대한다” “아니다, 학생부가 더 중요하다”는 발표 내용에 일관성이 없이 오락가락하고 있다. 학생들은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겠다”며 잔뜩 불만이다. 2008학년도 대학입시의 첫 적용을 받는 학년으로서 자신들은 불행하다는 것이다.

지난 8일 서울대는 논술고사 비중을 현행 10%에서 30%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주요 사립대학들도 논술고사 비중을 늘리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런데 15일 서울시내 7개 사립대 입학처장 회의에서는 상황이 반전되었다. “2008학년도 대입은 학교생활기록부를 중심으로 전형할 것”이라고 말을 바꾼 것이다. 이날 김신일 교육부총리는 국회 인사 청문회에서 서울대 측과 입시안에 대해 협의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다가 서울대는 17일 “2006학년도 정시모집에서 학생부 성적이 논술보다 2배 이상 당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다소 생뚱한 자료를 발표하였다.

이 자료가 발표되면서 일선 학교는 설왕설래 시끄럽다. 논술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의식해서 반영률을 낮추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학생부 비중을 높이겠다는 뜻인지 그 의도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사실 논술 반영비율을 확대하겠다는 것은 교육부가 내세우고 있는 학생부 중심의 전형계획과는 정면 배치되는 이야기다. 일부 대학에서는 2008학년도 이후 수능성적이 등급으로만 표시되고 지역별, 학교별 편차가 심한 고교 내신도 변별력이 없다는 이유로 신뢰하려 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논술고사를 통해 이를 보완하려는 것이다.

이처럼 2008학년도 새 입시안을 놓고 그간 대학들이 보여 준 신중하지 못한 자세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언론에서도 충분한 여과 없이 성급하게 보도한 점을 반성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입시제도의 잦은 변화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일선 교사에게 공연한 오해와 혼선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당락이 명확하게 구분되는 입시는 당사자에겐 절실한 문제이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을 때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대학 당국은 수험생의 이런 마음을 헤아려 충분히 검토한 뒤 정확한 전형계획을 발표할 의무가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대입제도 변천사는 고교 내신성적과 국가시험(수능), 대학별 고사(논술, 구술, 면접 등) 세 가지 요소가 어떻게 반영되는가가 문제였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들을 어떤 방법과 비율로 하던 그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어떤 방법이든 그 목적을 ‘고등학교 교육의 정상화’에 두고 입시를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교가 살아 있어야 교육이 살 수 있다. 교육 수요자인 학생들이 정상적인 학교 공부만 하면 무난히 대학에 진학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될 때 전 국민이 사교육비 부담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