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가 하고도 하지 않은 척하거나 알고 있으면서도 모르는 체하는 행동을 가리킬 때 ‘시치미를 떼다’라고 써야 할까, 아니면 ‘시침을 떼다’로 써야 할까.
‘시치미’란 원래 매사냥이 활발하던 옛날, 매의 주인을 밝히기 위해 주소를 적어 매의 꽁지털 속에다 매어 둔 네모꼴의 뿔을 가리킨다. 즉, 시치미란 매가 누구 소유인지를 알려주는 증표였던 셈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주인을 잃은 매를 잡으면 매의 시치미를 떼어 버리고 자기 것처럼 슬쩍 가로채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시치미를 떼면 누구의 매인지 알 수 없게 된다는 뜻에서 알고도 모른 척하는 사람을 빗대 ‘시치미를 떼다’는 말이 생겨난 것이다.
시침은 시치미의 준말이기 때문에 ‘시치미를 떼다’, ‘시침을 떼다’ 모두 가능하다.
‘떼다’ 대신에 ‘따다’ 동사가 붙어도 된다. 송기숙의 ‘자랏골의 비가’를 보면 “자꾸만 그쪽으로 눈이 가려는 것을 억지로 돌아앉아 시치미를 따고 있었다”는 구절이 나온다.
‘생시치미’는 시치미 앞에 ‘지독한’ 또는 ‘혹독한’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생[生]’이 붙어 시치미를 강조하는 말이다. 생시치미의 준말로 ‘생시침을 떼다’라고 써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