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12월 27일 교원승진규정 개정안이 입법 예고됐다. 개정안의 기본 방향은 능력중심의 승진체제 구축으로 설정하고 있다. 그러나 개정안은 교직사회에 더 큰 문제를 유발시키는 ‘풍선효과’를 내포하고 있어 심히 우려된다.
우선 개정안은 교직사회의 갈등을 증폭시키는 기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면, 경력평정을 25년(90점)에서 20년(70점)으로 하향조정하면서 2009년까지 2년에 걸쳐 5년을 일시에 축소한다고 한다. 이 경우, 그동안 오랫동안 승진을 위해 준비해왔던 많은 경력자들에게 허탈감을 안겨주고, 급격한 제도변화로 승진 경쟁에서 도태되는 교원들의 불만이 팽배해 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탈락자들이 아니라 교직사회의 기본질서를 와해시켜 전체 교직사회를 갈등의 골로 빠져들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교직사회는 다층화된 계급 질서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경력 문화가 주된 질서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화는 호불호와 상관없이 우리 교직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엄연한 실체라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교직의 경력 문화를 무시하는 것은 군인과 경찰 조직에서 계급을 무시하는 것과 같은 성질의 것이다. 그리고 경력중심의 교직 문화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므로 쉽게 바뀔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만들어진 시간처럼 바뀌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근평 기간을 10년으로 연장하는 것도 교원간의 갈등을 야기해 교직사회의 혼란을 가중시킬 소지가 다분하다. 근평 기간을 10년으로 확대하면, 교사들이 교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껏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근평이 승진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는 측면에서 보면, 교사들을 10년 동안이나 목조이게 할 가능성이 더 많다. 그리고 근평 기간을 현재의 2년에서 10년으로 늘리게 되면 그동안 소수의 교원들로 국한되었던 갈등소지가 다수의 교원들로 확대되는 것이며, 결국 그동안 교직에 자리 잡고 있던 질서와 충돌해 갈등을 증폭시킬 우려가 많다.
섣부른 다면평가 방식도 교직문화와 맞지 않아 동료교사들 간에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 교직사회는 경력을 중심으로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이끌고 아랫사람은 윗사람의 뜻에 따라주는 풍토가 엄연히 존재해 왔는데, 동료평가는 서로의 허물을 들추어내게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더구나 평가 결과를 공개하도록 되어 있어서 동료교사간의 반목을 더 심화시킬 가능성이 농후하다. 학교는 그 성격상 반드시 동료 교사와의 협력체제에서 직무를 수행해야 하는 곳이라는 점에서 볼 때, 동료평가가 우리의 교직문화에 부합할 수 있는지부터 검증해봐야 할 것이다.
둘째는 개정안이 지역간, 학교간 교육격차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예를 들면, 근평 기간이 10년으로 연장된 상황에서 전보이동을 생각해보자. 아마도 대부분의 교원들은 근평을 잘 받을 수 있는 곳을 선택하려 할 것이고, 일반적으로 작은 학교보다는 큰 학교가 근평 받기에 유리하기 때문에 많은 교사들이 큰 학교를 선호할 것이다.
그러면 교사들이 근평을 잘 받기 위해 모여 있는 학교와 그렇지 않은 학교 사이에는 학교 운영의 효율성, 효과성에 있어서 차이가 나게 되며, 이 결과는 그대로 학교 간 교육격차를 심화시키는 기제로 작용하게 된다.
도서벽지․농어촌 지역에 대한 가산점을 축소하는 것도 문제다. 이는 해당 지역 근무 기피 현상을 더욱 조장해 교육격차뿐만 아니라 교육소외 지역의 사회문제를 야기할 가능성마저 있다. 지금까지 가산점이 이러한 소외지역의 교육을 지탱하는 유일한 버팀목이 되어 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가산점이 사라질 경우 어떤 대안이 가능한지 막연하다.
예를 들면, 가산점 대신에 수당 등의 재정적 지원으로 대체한다 해도 도대체 어느 정도의 수당을 지급해야 우수교사들이 벽지학교로 자원할 수 있을 것인지 헤아리기 어렵다. 그리고 그만한 재원마련이 가능한지도 의문이다.
풍선은 한 곳을 누르면 다른 곳이 불거져 나온다. 새로 제안된 교원승진규정 개정안이 앞으로 치나 뒤로 치나 마찬가지인 풍선 효과만을 키우는 것은 아닌지 분명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문제 하나를 해결하는 대신에 다른 문제를 안게 된다면 지금이라도 재고하는 것이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