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이 지나고 오늘이 우수다. 이미 봄의 문턱이다. 온 대지가 희망으로 움트는 3월의 새아침이 눈앞에 다가 왔다. 힘든 임용절차를 끝내고 새 학기 첫 교단을 기다리는 숱한 새내기 교사에게 한 말씀드리고자 한다.
그들의 부푼 가슴만큼 3월의 교정은 설렘으로 시작된다. 개학식 날 아이들의 환호성속에 발표되는 새 학반, 새 담임. 숨 막히도록 긴장되고, 가슴 울렁이는 시간들이다. 교사들도 그 순간만은 어떠한 고뇌도 잊어버리고 오직 티 없이 맑고 밝은 아이들의 미소만 생각할 것이리라. 그러한 설렘이 힘든 난관 속에서도 평생, 교단을 묵묵히 지키는 힘과 용기가 될 것이다. 학생들의 기대감은 더욱 크다. 새 학년, 새 학교에서 새로운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는 일은 참으로 중요한 문제다. 그 만남의 중심에 새내기교사 여러분이 있는 것이다.
인구의 3분의 1이 학생이라는 통계를 생각할 때 이제 교육은, 국민 모두의 핵심적인 사안이요, 이슈일 수밖에 없다. 그 학교가 곧 새 학기를 맞는다. 새로운 각오와 희망으로 3월의 새 교실에서 소중한 꿈을 펼치려 한다. 이 시점에서 교육의 본질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지 않을 수가 없다.
저마다 치열한 경쟁의 대열에서 낙오하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지금의 현실에서, 올바른 교육자의 길은 무엇일까. 너도나도 남을 밟고서라도 다투어 앞서려 하는 이 현실에서 참교육의 길이란 무엇일까. 모두가 안정된 전문직장을 얻으려하고, 사회의 지도층이 되려하고, 많은 돈을 벌려하고, 남을 지배하려하는 욕망에서 교육의 본질이란 무엇인가를 되새겨 보아야할 것이다. 그 목적을 위해 모두를 숨 가쁘게, 획일적으로 몰아붙이고, 그 대열에서 탈락하는 자는 낙오자로 취급하는 것이 교육의 길은 아닐 것이다.
생각해보면 좋은 길도 있을 것이다. 세상에 사람이 가야 될 길이 수없이도 많기 때문이다. 교사는 그 많은 길을 제시해야한다. 사람은 모두가 타고난 소질과 개성이 다르며, 생각도, 취미도 다르다. 꿈과 이상도, 신체적인 조건도 모두 다르다. 그 여건과 특징에 따라서 가야할 길도 달라져야 함을 가르쳐야한다.
오직 교과공부라는 한가지길만 고집하는 것만큼 맹목적인 것도 없을지 모른다. 그 길을 가지 못할 때 꿈을 잃게 되고, 꿈을 잃을 때 삶을 포기하는 극단적인 행동도 나올 수 있다. 불행한 일이다. 인생의 성공이라는 것이 학교공부만 그 기준의 전부가 될 수 없다는 점도 분명히 가르쳐야한다. 그 길은 그 능력에 해당되는 소수에게만 열린 비좁은 길일뿐이다.
아무리 보잘것없는 사람일지라도 잘 할 수 있는 능력이 한 가지는 있다. 그것을 찾아내어 창의적으로 계발하고, 그 길로 인도하여야 한다는 말이다. 그것이 교육의 본질이고, 그래서 교직은 전문직임을 믿고 있다. 문예창작에 소질이 있는 사람은 문학가의 길이 정도다.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은 화가의 길이 옳다. 요리에 소질이 있는 학생은 요리학교에 보내야 한다. 체육에 천부적인 자질을 타고난 사람을 법관의 길로 강요해서는 안 된다. 교사는 학생이 가지고 있는 그 뛰어난 가능성을 어떠한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찾아내 주어야 한다.
그럼에도 교육은 사랑이고 실천이다. 지금까지 배운 수많은 교육이론들은 잠시 접어두자. 그것은 먼 훗날 철학의 빈곤함을 느낄 때, 꺼낼 날이 있을 것이다. 선배교사를 존경하라. 그분들도 여러분과 똑같은 젊은 시절과 신임시절이 있었다. 오히려 여러분이 가지지 못한 경륜이 있음을 알아야한다. 아무튼 우리아이들에게 미래의 명운이 달려 있다. 그래도 교육만이 이 나라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믿자. 다시 한번 임용을 축하드리며 앞날에 행운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