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총이 교육부가 추진 중인 41개 내부형 교장공모제 시범학교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결과 선정과정에 많은 문제점이 있음이 밝혀졌다. 우선 무자격 교장공모제 시범학교 선정이 교육감의 예비지정에 의해 거의 강제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직무 특성상 교장과의 관계가 가장 긴밀한 교사의 의견수렴 절차가 원천적으로 차단되었다. 시범학교 교사들의 경우 해당 학교가 예비지정학교 및 시범실시 학교에 포함될 것인지에 대한 의견 개진과정도 없이 일방적으로 교육부, 교육청의 결정에 따라 그 결과만 통보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세 번째는 학부모 총회에서 무자격 교장공모제의 장단점을 객관적으로 알려 시범학교 선정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교육청의 독촉과 압력에 의해 소집된 학부모총회는 일방적으로 교장공모제의 장점만을 듣고 판단하게 한 근본적인 문제점이 있다. 학부모총회 소집 안내문과 가정통신문을 통해 교장공모제의 장점에 대해서만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한 것은 학부모들에 대해 올바른 가치판단을 원천적으로 차단한 비민주적 행태다. 그나마 학부모 총회를 개최하지 않은 학교도 41개 학교 중 과반이 넘는다는 점에서 교육부가 주장하듯이 학교구성원의 광범위한 참여와 찬성 속에 무자격교장공모제 시범 운영이 추진된 것은 아님이 밝혀졌다.
이렇듯 시범운영 학교 선정 과정 속에 나타난 문제점은 공모교장 선정 과정에도 노정될 조짐이다. 벌써부터 학연과 인맥을 중심으로 한 공모교장 선정을 위한 치열한 움직임이 해당 시범학교와 교육청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말이 들린다. 교총이 주장하듯 무자격 교장공모제는 교육의 전문성을 무너뜨리며 학교현장을 선거판으로 몰아가 정치장화를 촉발시킬 것이라는 주장이 현실화되어 가는 느낌이다. 학생교육과 연구․연수에 열중하기보다는 교육청과 학부모의 인기에 영합하는 것이 교장이 될 수 있는 첩경이 될 때 그에 따른 교육적 후유증을 참여정부가 과연 책임질 수 있을 것인지 준엄하게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