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국어책에는 동시가 나온다. 나는 시단원이 나오면 아이들에게 동시를 외우도록 권하는데 녀석들은 좀처럼 외우려 하지 않는다.
초등학교 4학년 국어책에는 ‘떡볶이’라는 동시가 나오는데 우리 반 8명의 학생들 역시 외우는 걸 피하는 눈치다. 결국 회유책으로 동원(?)된 것이 시 제목인 ‘떡볶이’. 나는 학생에게 이 시를 다 외우면 떡볶이 잔치를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아이들은 약속과 동시에 필사적으로 동시를 외우기 시작했다. 시간을 흐르고 약속한 동시 암송을 검사하는 날이 돌아왔다.
“넌 다 외웠니?” “왜 이렇게 떨리지?” 아침부터 아이들은 서로 마주보며 동시 외우기에 분주했다.
다같이 외우는 시간이 돼 주절주절 읊어나가던 아이들은 두 번째 연을 시작할 때 한 아이가 한 단어를 빼먹고 외우자 모두 틀린 암송을 따라 외우기 시작했다. 우왕좌왕하기를 몇 차례 우여곡절 끝에 8명 모두 다 외우게 됐고 이 엉터리 요리사는 결국 떡볶이를 해야만 했다.
교실 달력에다 ‘떡볶이 먹는 날’을 큰 동그라미로 표시하고 손꼽아 기다리던 토요일이 됐다.
토요일은 왠지 아침부터 배가 고픈데다 할머니 손에 자란 아이들이 그래도 드물게 먹는 떡볶이에 대한 기대감이 커져 있었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떡볶이 동시를 외우며 기다리던 아이들의 입에 하나씩 하나씩 넣어주니 재잘거리던 입들이 오물오물 조용해졌다.
그리도 잠시 뒤 한마디씩 던지는 녀석들.
“정말 달콤해요.” “간이 딱 맞아요” “선생님 너무 맛있어요”
이 아이들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런 아이들과 함께하는 것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짜~식들! 종이비행기 태우지 마라. 선생님은 그냥 너희들이 먹는 것만 봐도 배가 부르단다”
단짝하고 더 맛있다는 꼬마들은 평생 떡볶이라는 동시와 엉터리 요리사 선생님을 잊지 않고 기억해주길 바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