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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물량공세는 그만… 성과위주 탄력적 배분구조 검토해야

⑦ 교육재정 해결책 모색 전문가 좌담

제17대 대통령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기획된 이번 시리즈는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정치권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이번 특집에서 제시한 대안들이 각 정당의 교육공약에 반영되어 교육재정 문제를 해결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면서 마무리 좌담을 마련했습니다.


공은배 KEDI 수석연구위원 “교육 재정 배분구조를 혁신적으로 바꾸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그러나 교육과정 특성화와 같은 소프트웨어, 휴먼웨어에 대한 재정투자가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그 배분 비중을 높여나가야 합니다.”

김병주 영남대 교수 "가장 확실한 제재수단은 주민입니다. 지자체장과 지방의원들은 곳 주민직선에 의해 선출되기 때문에 주민을 제일 두려워합니다. 지역 언론 등을 통해 학교용지 부담의 실상을 주민들에게 똑바로 알려야 됩니다.”

성삼제 교육부 지방교육재정 담당관 “교육부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기준재정수요에 ‘학교·교육과정운영비’ 항목과 ‘교육환경개선비’ 항목을 신설하는 등 교부금이 교육의 질을 직접적으로 높이는데 기여하도록 배분구조를 개선했습니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수 “학교를 공공시설에 포함시키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기반시설부담금의 일부를 학교시설 및 용지확보 비용으로 확보하고, ‘학교용지확보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도 모색해야 합니다.”

윤홍주 춘천교대 교수 “학교신설을 BTL방식으로 추진하는 정책은 전면 수정되어야 합니다. BTL 사업 상한제 도입 등을 통해 사업규모를 일정수준 이하로 제한해야 하며, 감사와 평가를 통해 사업에 대한 책무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천세영 충남대 교수 “BK21, NURI 사업 등의 운영 방식이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는 시점에서 또 막대한 재정이 사업비 형태로 지원되는 고등교육 1조원 사업의 집행방식은 재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한유경 이화여대 교수 “학교의 공공시설 포함은 국민서명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여서라도 반드시 관철시켜야 합니다. 지역사회 주민을 위한 평생교육프로그램 운영 등 학교시설이 개방되고 있는 현실에서 보면 당연한 것입니다.”

- 교총과 조선일보가 공동으로 ‘스쿨업그레이드’ 운동을 시작하면서 “학교가 이렇게까지 가난한 줄 몰랐다”는 반응이 속출했습니다. 공은배 선생님께서는 교육비 지출이 하드웨어보다는 교육과정 특성화와 같은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이런 분배가 이루어지는 것은 어렵지 않나요?

공은배=“교육재정 배분구조의 비중 조정은 학생 수의 감소로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결과적으로 국지적 수요를 제외하면 기존의 물량위주의 외형투자의 증대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앞으로 투입위주의 재정배분보다는 성과위주, 결과 중심의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에서도 탄력적인 배분구조를 검토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송기창=“과도기적으로 시·도교육비특별회계 세출예산 중 사업비가 차지하는 비율을 규제하는 방안과 학교회계 세입의 일정률 이상을 교수학습경비로 편성하도록 강제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성삼제=“교육부에서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을 지난 8월 7일 입법예고했습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기준재정수요에 ‘학교·교육과정운영비’ 항목과 ‘교육환경개선비’ 항목을 신설하는 등 교부금이 교육의 질을 직접적으로 높이는데 기여하도록 배분구조를 개선했습니다. 우리나라 경제성장 구조에 걸맞게 재정확보와 배분구조를 개선해 나갈 것입니다.”

- 학교신설을 둘러싼 논쟁도 한창인데요. 먼저 지자체가 ‘학교용지 확보 등에 관한 특례법’에 명시된 경비의 50%를 부담하지 않아 교육위와 지자체간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법에 명시된 것을 지자체가 지키지 않아도 재제수단이 없는 것인지, 무엇이 문제인지를 짚어주시기 바랍니다.

윤홍주=“지자체의 비용부담에 대한 책임불이행이 지속적이라면 법적, 제도적 이행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컨대, 학교용지매입비 부담액을 정산한 후 미납액에 상응하는 금액을 지방교부금에서 삭감하는 등 실질적 조치를 강구해야 할 것입니다.”

송기창=“학교용지매입비를 받아내지 못한 책임은 입법 미비에 있다기보다 1차적으로 시·도교육감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교용지매입비 미납액이 1조8000억에 이를 때까지 그런 사실을 감추는 데 급급해왔으며, 책임회피용 공문을 몇 차례 주고받은 것 외에 실효성 있는 노력과 조치를 취한 흔적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법 개정을 통해 학교용지매입비 부담을 강제하는 방안과 함께 ‘학교용지확보 등에 관한 특례법’을 폐지하고 ‘기반시설부담금에 관한 법률’과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개정 법률’을 반영해 개발지역 학교설립과 학교용지 부담 등에 관한 사항을 종합적으로 규정한 새로운 법률을 제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병주=“가장 확실한 제재수단은 바로 주민들입니다. 지자체장과 지방의원들은 곳 주민직선에 의해 선출되기 때문에 주민들을 가장 두려워합니다. 지역 언론 등을 통해 학교용지 부담에 대한 실상을 주민들에게 알리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실제로 일부 시·도에서는 이러한 방법을 활용해 지자체의 부담금을 대폭 확보했습니다.”

- 학교 신축에 있어 BTL(임대형 민자사업)을 도입하는 것에도 우려가 많습니다. 이윤을 추구하는 부동산 업자의 손에 의해 BTL로 지어진 학교의 부실을 결국 지자체가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입니다. 어떠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보시는 지요.

윤홍주=“근본적으로 BTL 사업은 현재의 부채를 미래로 전가하는 것일 뿐 교육재정 여건의 개선과는 거리가 멉니다. 또한 BTL 제도의 효과 역시 교육활동의 공익적 성격보다는 이윤추구 동기에 관심이 더 많은 민간업체의 특성상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원칙상 학교신설을 BTL방식으로 추진하는 현재의 정책은 전면 수정되어야 합니다. BTL 사업 상한제 도입 등을 통해 사업규모를 일정 수준 이하로 제한해야 하며, 임대 및 운영에 대한 정기적인 감사와 평가를 통해 사업에 대한 책무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아울러 운영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민간업체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 구체적이고 명확한 성과요구서 마련 등이 필요합니다.”

천세영=“BTL 사업 부실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의 몫입니다.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책으로는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학교 사용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제대로 운영하지 않을 경우에는 정부지급액을 상당부문 감액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해당업체가 시설관리를 절대 소홀히 못하지 않을까요?”

- 최근 최재성 의원이 ‘학교신설 수요에 안정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학교를 공공시설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내용의 국토계획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윤홍주 선생님께서도 같은 의견을 주셨는데, 이 법안은 건교부와 건설업계의 반대가 커 국회에 계류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풀어가는 것이 좋을까요.

송기창=“건교부와 건설업계의 반대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학교의 공공시설적 성격을 부각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며, 교원단체를 중심으로 입법을 관철하기 위한 운동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한국교육재정경제학회에서도 개발 사업지역 학교 신설비 논란에 대해 학술적 논의를 통해 대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학교를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상의 공공시설에 포함시키는 것만으로 개발 사업지역의 학교신설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기반시설부담금의 일부를 학교시설 및 용지확보를 비용으로 확보하는 방안과 ‘학교용지확보 등에 관한 특례법’을 실효성 있게 개정하는 방안도 모색되어야 할 것입니다.”

성삼제=“학교용지나 시설을 제공할 경우 건물 용적률이나 높이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도록 되어있습니다. 학교가 공공시설로 법제화되기 전이라도 현행 법령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윤홍주=“이 문제는 논리의 문제라기보다 이해관계자 간의 정치게임의 성격이 강합니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교육계가 힘을 모아 국민적 공감대와 여론을 형성해 입법자를 설득하는 것이 최선일 듯합니다.”
한유경=“맞습니다. 이 부분은 국민서명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여서라도 반드시 관철시켜야 합니다. 학교의 공공시설 포함은 현재 학교에서 지역사회 주민을 위한 평생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학교시설이 지역사회에 개방되고 있는 현실에서 보면 당연한 것입니다.”

- 지난 6월 대통령께서는 2008년 고등교육 재정을 1조원 늘리겠다는 획기적 발표를 했습니다. 재정 확보 면에서의 실효성을 어떻게 보시는 지요.

천세영
=“고등교육재정 1조원 사업의 가장 큰 문제점 중의 하나는 저소득층 학자금 지원외의 각종 대학개혁 관련 지원사업의 실효성 문제입니다. BK21, NURI 사업, 수도권특성화 사업 등의 사업운영 방식이 자칫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는 시점에서 또 막대한 재정이 사업비 형태로 지원될 경우 그 파급효과는 대단하다고 봅니다. 저는 고등교육 1조원 사업의 집행방식에 관해서는 본격적인 재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김병주=“대부분 각종 사업과 정책평가를 통해서 지원하는 이번 정책은 결국 대학들을 또 한 번 사업에 따른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만들 것입니다. 진정 1조원의 고등교육재정 확보의 당위성을 홍보하고 투자효과를 보고자 한다면 각 대학의 실정에 맞게 자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잘못 집행될 가능성은 철저한 사후감사를 통하여 통제하면 될 것입니다.”

한유경=“고등교육재정이 기존의 초중등교육 재정을 잠식하지 않아야 하며 반드시 추가적인 재원이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이러한 추가적인 고등교육재정의 운영에 있어 장기적인 우리나라 고등교육 발전의 비전과 목적을 설정하는 등 전략적이고 체계적인 방식으로 접근해야만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

송기창=“대통령이 나서서 고등교육재정 확충을 공표했기 때문에 적어도 2008년도에는 약속대로 고등교육재정이 1조원 증액될 것으로 봅니다. 그러나 고등교육재정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에 정부의 발표대로 2009년도 이후에도 고등교육재정이 다시 1조원 증액되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추가로 확보되는 재원을 어떤 용도에, 어떤 방법으로 투자할 것인지 확정할 필요가 있으며, 고등교육재정 규모의 법정화를 통해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일이 시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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