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수위의 학교공동체 사이버폭력 실태와 대응방안'으로 주제발표에 나선 한숭희 서울대교수는 최근 사이버상에서 커다란 논란이 되어 정치문제로까지 이어 졌던 성수여중 사건을 예로 들면서 "사실상 오늘날 학교는 공동체성을 상실해 있고, 그 공동체성을 회복하지 않는 한 학교공동체 사이버폭력의 문제는 그 자체로서 근절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교수는 "사이버폭력의 경우 그 발생은 사회적 언어체계가 가지고 있는 '억압과 힘'의 논리를 해체하면서 폭력적 언어로 바뀌고, 독백적 대화구조로 인해 웹대화는 수렴적 대화보다는 확산적 '내뱉음' 그 자체에 의미를 가지도록 만드는 넷(net)기반 의사소통 구조의 특징과 모순에서 기인한다"고 말하고, 이를 방지하기 위한 "강령, 윤리헌장 제정 등은 표피적 해결책이며 법·제도적 제한 및 인터넷 사이트 등급제는 최소한의 경우만 적용되어야 하며, 사이버 언어폭력을 자정하는 힘은 넷생태계의 자생적 공동체성에 의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사이버 폭력의 문제를 풀어가는 단초는 사이버 상에서의 '공동체성'의 확보에 달려 있으며, 결국 학교공동체의 본원적 회복 및 근본적인 학교학습 생태계의 부활에 그 사활이 달려 있다"고 밝히고, ▲학교 교육과정에 넷대화체험 프로그램 마련 ▲넷동우회의 리더십과 책무성 강조 ▲'함께하는 대화' 체제로 넷대화 구조 개선 ▲ 폭력적 언사에 대한 공동체 차원의 대처 능력 배양 훈련 등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개선 방안을 주문했다.
한편, 토론자로 나선 이성진 데일리클릭 보도국장은 사이버 성폭력에 촛첨을 맞추면서 "청소년들은 사이버상에서 Group(집단성교), SM(가학, 피학 섹스) 등 음란물이나 환경을 쉽게 접하게 됨으로써 성에 대한 기본적 가치관이 변질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이버매춘 등 금전적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음란사이트를 학생들이 직접 운영하는 등 그 부작용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해킹, 사이버스토킹 등 사이버 범죄와 폭력에 10대가 상당수를 차지" 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음란물 차단 소프트웨어나 음란 검색어 차단 등 일괄 통제 방식의 규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사이버상에서 청소년들을 보호하는 문제는 법적인 규제의 적절한 적용과 교육을 통한 사이버 시민사회의 육성으로 가닥을 잡아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익철 수원정보산업고 교육정보부장은 "학교홈페이지에는 교사를 비방하는 원색적인 욕설 등이 난무하고 있고, 이런 글이 계속 올라올 경우 교사들 사이에서도 '그 교사가 그런 잘못이 있었나'라는 생각을 갖게 되어 해당 교사는 견디기 어려운 고통을 호소하는 등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교사는 또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의 교사에 대한 불만의 표현이 저속한 언어의 구사나 학교 및 교원에 대한 비방, 인격모독, 허위사실 유포 등이 계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를 방치한다면 학교공동체 구성원간의 신뢰저하로 인한 학력저하와 불신이 팽배해 질 수 밖에 없다"고 말하고 ▲학생, 학부모와 담임교사 사이의 충분한 대화 ▲사이버 상담실 및 이메일을 통한 상담 ▲청소년 단체와 연계한 다양한 교육·상담프로그램 제공 등이 학교 사이버폭력을 일정부문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양희경 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 운영위원은 "음란, 폭력, 도박 등 각종 유해정보들은 중독성과 확산성을 띠고 있어 청소년들의 집중력을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현실과 사이버세계를 구분하지 못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사이버 세상의 음란과 폭력의 거리에서 학부모 스스로가 컴퓨터를 알고 이해하려는 적극적인 자세에서 아이들을 안전하게 지켜 주는 신호등과 지킴이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제1주제 마지막 토론자로 나선 이준 교육학술정보원 선임연구원은 "초·중등학교 인터넷 게시판에는 다른 학생이나 심지어 교사에게까지 욕설과 비방을 하는 내용이 빈번히 올라오는 등 교육부문에서도 정보화 역기능 현상으로 인한 피해의 양상이 심각한 상태로 치닫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사이버폭력에 대한 강도 높은 처벌규정을 명시하고 ▲불건전 유해 정보 차단 시스템 강화 ▲학생대상 정보윤리 교육 강화 ▲교사와 학부모의 관심 등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어문규범 파괴현상' 경각심 없어
'학생의 인터넷 언어사용 실태와 문제점'이라는 주제로 두번째 주제발표에 나선 이정복 대구대교수는 "통신언어는 일종의 사회방언으로 나름대로 존재 의의를 가지고 있으나, 통신공간의 익명성, 현실규범에 기초를 두지 않은 어문 규범 일탈형의 표기 관행과 비속어, 은어, 외래어, 각종 기호문자 등의 범람을 특징으로 하기 때문에 청소년에 대한 국어교육이나 국민들의 실제 언어 생활에 심각한 부작용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례로 " '인간이' → '인가니'(이어적기), '좋아' → '조아'(소리나는 대로 적기)와 같이 타수를 줄이려는 경제성과 표기의 용이성에 따른 표현/ '알지' → '알쥐', '그래 이놈아' → '구래 이넘아^^;;'(의도적으로 바꾸어 적기)와 같이 자기들만의 자유로운 분위기나 대화 분위기를 재미있게 바꾸려는 표현/ '게임방' → '겜방', '아무거나' → '암거나'와 같이 음절을 줄이는 표현/ '내가 사는' → '내사는'과 같은 조사의 생략/ '우띠발~~~', '이뇬아'와 같은 비속어/ '잠수', '당근'과 같은 은어/ '오케오케', '아뒤' 등 정확치 않은 외래어 및 외국어의 사용/ 그리고 대화 대부분이 종결어미가 없는 불완전한 문체를 사용되고 있다"면서 "중·고등학생들의 대화방 언어는 대화분위기를 재미있게 하기 위해 줄임말이나 변이형의 단어를 몇 개 사용하는 수준이 아니라 맞춤법이나 문법에 맞지 않은 언어가 표준인 것처럼 인식되고, 나아가 실제 글쓰기, 심지어 일상언어 사용에까지 퍼져 나가고 있을 정도로 광범위하게 일탈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그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李교수는 한편 통신언어 사용 결과로 나타나는 어문규범의 파괴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해 ▲국어문법 교육의 강화 ▲국어교육 시간에 통신언어 교육 ▲교사들의 통신언어에 대한 이해 및 지도 등의 교육적 해결 노력과 ▲이용자 실명제 확대, 익명대화방 축소, 언어폭력자에 대한 제재 등 통신망 내에서의 해결 노력, 그리고 ▲바른 언어 사용을 위한 가정, 사회 등의 각별한 관심과 운동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학생대표로 토론에 나선 조혜원 언남고생은 자신의 모교인 언남고를 비방하고 학교선생님을 욕하는 홈페이지인 안티언남(antiunnam)을 소개하면서 "학교.선생님.학생 까발리기 게시판에서 심한 욕설과 비방으로 가득차 있었지만, 비방한 학생들을 질책하고 나무라는 답변들도 많았다면서 거칠게 표현하는 것에 무조건 동조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말하고 "홈페이지가 학교생활의 유연제 역할을 해주면서 폭력신고함, 건의함으로 발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조혜원군이 학급 학생 50명을 대상으로 한 인터넷 언어폭력에 관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언어 폭력 중 △심한 욕설과 인격모독(44%)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심지어 △26%는 성폭력까지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런 언어폭력은 주로 채팅(68%)에서 이루어졌으며 '자신도 언어폭력을 해보았느냐'는 질문에 48%가 그런 경험이 있다고 응답해 실제 사이버상에서는 과반수가 넘는 수가 언어폭력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즘 '인터넷상에서 철자를 무시하고 한글을 포기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는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40%), '그냥 자연스러운 현상'(38%)으로 응답해, 무려 78%가 한글의 엉터리 표기와 맞춤법을 지키지 않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의욱 YMCA전국연맹 시민사업부장은 "학생들의 무책임하고 저속한 그들만의 언어소통을 교정하기 위한 사회적 맥락의 언어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기호 상명대교수는 "현실세계에서 다른 사람의 인격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고가 인터넷으로 그대로 옮겨가는 경향이 있다면서, 남을 배려하는 마음과 자신을 절제하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교수는 또 "이제 네티즌 윤리나 네티켓 교육에 관심을 집중시켜야 한다면서 어렸을때부터 인터넷 사용법을 가르쳐 주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사이버 공간에서 어떤 마음가짐과 태도를 지녀야 하는지 네티켓 개념을 잡아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옥순 한국청소년문화연구소 연구실장은 "정과 믿음이 결여된 사회속에서 성장하는 아이들의 언어형태의 변화는 언어의 경음화 혹은 과다한 은어와 비속어 사용의 원인"이라는 데 주목하면서 "그동안의 정보통신기기 활용 중심의 정보교육에서 탈피하여 생활교육으로서 학교교육내에서 실시되는 모든 교과과정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