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의 폐지 방안을 검토해 온 교육인적자원부가 내년 6월까지 특목고 존폐 여부에 대한 방침을 사실상 전면 유보했다.
다만 내년 6월까지 특목고 신설에 대한 설립 인가를 엄격히 제한하고 기존 외고들 가운데 자연계과정, 의대준비반 등 편법운영을 한 학교의 경우 지정해지 등 강력한 제재 조치를 내리기로 했다.
교육부는 29일 세종로 중앙청사에서 전국 시ㆍ도 교육감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고등학교 운영개선 및 체제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김신일 교육부총리는 "특목고는 현행 평준화 교육이 감당할 수 없는 특수 학생들을 위해 설립된 고교이나 그동안 일부 학교가 입시고로 변질되는 등 파행을 겪었다"며 "이를 본래 목적으로 바로 잡기 위해 대책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이날 회의에서 특목고를 아예 폐지하고 특성화고로 전환하는 제1안과 특목고를 현행대로 유지하면서 보완하는 제2안 등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1안에 따르면 현재의 외고는 국제고로 통합돼 2012년부터 특성화고로 전환되고 과학고는 점진적으로 영재학교로, 예술고와 체육고는 영재학교나 특성화고로 전환된다.
현행 초ㆍ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르면 고등학교는 설립 목적에 따라 특목고와 특성화고, 영재학교로 구분돼 있으며 특성화고란 직업교육과 대안교육을 전문으로 실시하는 고교를 말한다. 예를 들어 선린인터넷고, 서울관광고 등 직업교육 전문 고교와 대안학교가 특성화고에 속한다.
특성화고로 전환되면 '선지원 후추첨제'로 바뀌어 지필고사 성격의 구술면접 등 현행 방식의 외고 입시는 사라지며 외국어 등 해당 전공교과 이수단위도 지금보다 훨씬 늘어나게 된다.
2안은 과학, 예술, 체육고는 2009년부터 2018년까지 단계적으로 영재학교로 전환하고 외고와 국제고는 특목고로 유지하되 입시전형 개편 등을 통해 관리감독을 강화한다는 내용이다.
교육부는 이 두 가지 안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연구작업, 여론수렴을 거쳐 내년 6월 최종안을 발표키로 했다.
그러나 교육부가 특목고 존폐 여부 등의 방침을 확정해 당초 이달중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가 결국 존폐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내년 6월로 미룬 것에 비춰 특목고 폐지는 사실상 물건너 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교육부는 이와 별도로 기존 외국어고 중 자연계과정, 의대준비반 등 설립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교육과정 운영을 엄격히 제한해 적발될 경우 시정명령 또는 지정 취소 조치를 내릴 예정이다.
특목고 신설 인가를 위한 교육청과의 사전협의는 개별 사안에 따라 제한적으로 검토하고 이미 특목고가 설치돼 있는 시ㆍ도의 경우 내년 6월까지는 사전협의를 유보키로 했다.
외고가 없는 시ㆍ도(광주광역시, 울산광역시, 강원도)에 대해서는 우선 협의를 진행하되 학생선발, 교육과정 등 운영 계획서를 사전 제출하도록 해 검토한 뒤 협의를 진행할 방침이다.
과학고는 교육청별로 이미 학교 신설 예산이 잡혀있는 경우에만 사전협의를 하기로 했다.
아울러 과학고, 예술고, 체육고는 점진적으로 영재학교로 전환, 현재 1곳(부산 과학영재학교)인 영재학교를 2012년까지 6~8곳으로 늘리기로 했다.
특목고 신입생 선발방식도 대폭 개선해 2009학년도부터 현재 학교별로 다른 전형일정을 지역별로 동일하게 조정하고 특별전형과 일반전형을 동시에 실시하도록 할 계획이다.
전공과 무관한 교과지식 중심의 구술면접은 전형에서 제한하기로 했다.
일반고의 경우 현재 전체 고교의 66%(영어ㆍ수학 두 과목 기준)가 실시하고 있는 수준별 수업을 전면 확대, 원칙적으로 모든 고교에서 학년당 2과목 이상, 과목별 3-4단계 수준별 학급을 운영토록 했다.
기존 3학급을 수준별 4학급으로 편성할 경우 추가되는 강사료 지원액은 올해 14억원에서 2008년 364억원으로 늘리고 '수준별 방과후 학교' 운영을 적극 권장해 가기로 했다.
2010년부터 전국으로 확대될 예정인 '고교 선지원 후추첨제'를 계기로 학교간 선의 경쟁체제를 구축하고 학교별로 특성화된 심화 교육과정이 학교를 선택하는 핵심 기준이 되도록 유도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