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소설의 물줄기를 바꾸어 놓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 (Marcel Proust, 1871~1922)는 앙드레 지드, 폴 발레리와 함께 20세기 프랑스 문학을 대표하는 3대 거장 중의 하나로 일컬어진다. 전 7권 15부로 된 장대한 ‘의식의 흐름’의 드라마를 기록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즈’와 쌍벽을 이루는 ‘20세기 최대의 고전’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이 작품에 나오는 ‘마들렌 과자’ 이야기는 무의식적 기억에 의한 환기를 통해 과거를 생생하게 재구성하는 프루스트의 소설미학을 극명히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장면으로 알려져 있다.
주인공 마르셀은 어느 겨울날 어머니가 마들렌 과자를 곁들여 내놓은 따끈한 차 한 잔을 마신다. 그는 기계적으로 마들렌 과자 한 조각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차 속에 담근 뒤 입술에 갖다 댄다. 과자 부스러기가 섞인 차 한 모금이 입천장에 닿는 순간 그는 말할 수 없는 기쁨이 샘솟는 것을 느낀다. 이 강렬한 기쁨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그것은 말할 것도 없이 마들렌 과자가 불러일으키는 맛의 기억에서 비롯된 기쁨이다. 일요일 아침 콩부레에서 레오니 이모에게 아침인사를 하러 갔을 때 그녀가 따끈한 차에 마들렌 과자 한 조각을 담갔다가 주던 바로 그 맛의 기억이 현재의 감각을 뒷받침해 줌으로써 더욱 강렬한 기쁨을 맛보게 한 것이다.
프루스트의 이런 독특한 소설미학의 형성에 결정적인 깨우침을 준 것은 18세기 화가 장 밥티스트 시메옹 샤르댕(Jean-Baptiste Siméon Chaudin, 1699〜1799)이다.
1917년 8월, 프루스트는 미국 친구인 월터 베리에게 보낸 편지에서 “샤르댕의 그림을 볼 때까지는, 나는 우리 집의 식사를 끝낸 후의 식탁, 걷어 올려진 식탁보의 한 쪽 끝, 굴 껍데기에 기대어 있는 나이프 같은 정물들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가를 한 번도 깨닫지 못했었소”라고 쓴 바 있다.
이러한 고백에서 알 수 있듯이, 프루스트는 샤르댕의 ‘홍어’(1726), ‘식기대’(1728, 사진) 같은 비근한 대상을 그린 그림과 만남으로써 ‘하찮은 사물들 속에서’ 미를 발견하는 ‘예지’를 터득하게 된 것이다. 프루스트가 얼마나 깊이 샤르댕에 이끌렸는지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속에서 예술혼의 한 위대한 화신으로 묘사한 화가 엘스티르가 다름 아닌 샤르댕을 모델로 해서 만들어낸 허구의 인물이라는 사실에서도 잘 드러난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