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지난 6일 서울시교육연수원에서 열린 초중고교 교장단 연수회에서 ‘공교육이 사교육에 뒤처지게 된 것은 교사의 책무감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교단의 반성을 촉구했다고 한다. 물론 지금보다 좀 더 열심히 가르쳐 달라는 당부의 이야기로 이해하고 싶다. 하지만 공교육의 수장으로서 그런 발언이 적절한지 여부에 대해서는 많은 의문을 갖게 한다. 향후 학원연합회 회장을 염두에 둔 발언이란 생각이 들 정도이다.
우리나라의 교육체제는 거의 모든 교육정책이 교과부나 시·도교육청이 결정할 만큼 중앙집권적이다. 학교의 역할은 국가에서 정한 교육과정과 교과서에 따라 학생들을 지도하고, 교육행정기관이 추진하는 각종 행사에 학생들을 동원하는 일이었다. 교사들이 전문성을 갖고 자율적으로 역할할 기회는 상대적으로 적었다고 할 수 있다. 이 점에서 정책의 부재나 부실을 교사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안 장관은 교사의 책임감을 말하기 전에 중앙정부의 교육정책에 관한 자기 성찰을 선행했어야 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초중등교육은 교사들의 자기희생에 힘입어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많은 성과를 거두었다. 일예로 PISA 2006 결과, 우리나라 만 15세 학생(고등학교 1학년)의 읽기 능력은 OECD 국가 중 1위, 수학은 1∼2위, 과학은 5∼9위로 높은 성취수준을 보였다. 안 장관 역시 이러한 성과를 학원교육의 결과라 분석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난 정부시절, 위정자들은 교육논리가 아닌 경제논리로 교원의 정년을 단축하며 나이든 교사들을 무능한 집단으로 매도했다. 그 결과 많은 교사들이 자존심이 짓밟혀 현장을 떠났던 기억이 생생하다. 지금 교과부장관이 할 일은 지난 정부 이후 실추된 교권을 회복하고, 땅에 떨어진 교사들의 자존심을 살려 교사 스스로 학생교육에 보람을 갖고 헌신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