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8일 교과부는 ‘교장공모제 5차 시범운영계획’을 시도교육청에 시달했다. 이번 지침에는 ‘교사초빙권 50% 부여’ ‘소속기관장 추천서 제출’ 등 4차 때와는 다른 내용이 추가된 게 특징이다. 하지만 내부형 공모에 대한 미련을 놓지 못한 것은 안타깝다. 신임 경기도교육감이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가뜩이나 심기가 불편해진 교단이 혼란을 넘어 분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내부형 교장공모제는 참여정부의 대표적 실패정책임에도 아무런 검증과 개선의지도 없이 또다시 관행처럼 실시되는 측면이 강하다. 이를 두고 교육관료 집단의 무사안일과 무능, 무책임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교육행정이라 꼬집는 목소리가 높다.
내부형 공모는 교직의 전문성을 무시하고 현행 자격체계를 뒤흔들어 교단안정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대다수의 교원이 반대해왔다. 연수와 연구 활동에 매진한 교사를 경시한 채 자격 중심의 교직사회를 선출 중심의 정치장으로 변질시켜 장악해 보려는 특정단체의 숨은 의도를 간과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시범운영 과정에서 학교의 정치장화, 심사위원의 전문성 미흡, 명단 사전유출 등 각종 문제점이 확인된 바도 있다. 또, 지난해 10월 전국 학교에서 시행된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전북지역의 무자격교장이 개인의 교육신념을 이유로 평가를 거부하는 일까지 발생하기도 했다. 이런 차원에서 내부형 공모 실시 학교 규모는 1차 때 69%(55개교 중 38개교)에서 4차 때는 29%(108개교 중 31개교)로 줄어 기피현상이 확대되는 추세다. 무자격 교장공모의 폐단과 실익이 없다는 부정적 여론이 투영된 결과다.
그러나 교과부만이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하는 듯하다. 4차 시범운영이 마지막이라고 누차 밝혀왔다는 점에서 교육계는 이제 교과부를 신뢰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교과부는 환영받지 못하는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즉각 폐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