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는 내년까지 자율학교를 2500개로 확대하고, 동교에 교장공모제를 시행하겠다는 내용의 학교자율화 추진 방안을 내놨다. 내용을 살펴보면, 내부형 공모교장에 응모할 수 있는 평교사의 자격기준을 현행 15년에서 20년으로 강화하고, 또 내부형 공모교장 중 교장자격증 미소지자 비율을 10% 이내로 제한하는 개선 방안이 담겨져 있다.
자율학교를 단기간에 지나치게 확대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학교자율화라는 명목으로 시범 운영 중인 교장공모제를 은근 슬쩍 본격 시행하겠다는 방침은 자격제, 승진제를 기반으로 하는 교단의 갈등을 더욱 부추길 게 뻔하다. 지금까지 무자격 교장공모의 폐해가 많고 실익이 없음을 누차 강조해 왔음에도 학교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버젓이 시행하겠다는 점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무자격(내부형) 교장공모제의 본질적인 문제는 자격 중심의 교직사회를 뒤흔들어 선출중심의 학교로 변질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학교를 선거판·정치장화로 오염시켜 화합과 단합보다는 분열과 대립이 만연하는 이전투구의 장으로 만드는 것이며, 결국은 학생·학부모의 학습권 침해로까지 이어질 우려가 매우 크다.
무자격 공모교장이 학교 현장으로부터 환영받지 못하고 있음은 시범운영 과정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이미 4차 시범운영에서도 10개 시·도가 무자격 공모교장을 선정하지 않았고, 5차에서는 서울을 비롯해 8개 시·도에서 내부형 공모교장을 단 한 곳도 신청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유독 교과부만이 학교현장의 정서를 외면한 채 학교자율화라는 명목으로 실패한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는 점은 ‘소통의 부재’라고밖에 볼 수 없다.
거듭 강조하건데 더 이상 무자격자의 학교경영은 안 된다. 교직은 전문직이며, 자격증은 그 상징이다. 교직의 전문성을 무시하고 교단의 혼란과 갈등을 초래하는 무자격 교장공모에 대한 미련을 버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