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도 지난 20년 동안 이주노동자, 결혼이민자, 탈북자 등이 급속하게 늘어남에 따라 비교적 동질적이던 인구구성과 사회문화적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과학기술부는 2006년 ‘다문화가정 자녀 교육 지원 대책’을 내놓은데 이어 올해에도 ‘2009년 다문화가정 학생 교육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에 발표된 다문화가정 학생 교육 지원 계획은 2006년도 대책에 비해 상당히 진일보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특히, 다문화가정 학생들에 대한 맞춤형 교육 및 상담 지원 확대나 일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다문화 이해 교육 강화 등은 분명 다문화 교육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의지를 담고 있다.
그러나 이런 계획이 교육현장에 잘 반영되고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다문화 교육이 한국 사회의 장기적 비전에 바탕으로 교육제도 전반의 개혁 및 재구조화의 일환으로 이뤄져야 한다.
주류집단 학생들조차 과외나 학원에 의존하지 않고서는 뒤쳐질 수밖에 없는 교과지식 위주의 획일적 평가와 무한 경쟁 풍토가 만연된 우리 사회의 학교 현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어 구사능력이나 사회경제적 지위, 여타 문화적 자산 면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대다수의 다문화 가정 자녀들은 정책적 배려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오랜 동안 폐쇄적 민족주의에 노출됐던 우리 학생들이 주당 몇 시간의 ‘다문화 이해교육’을 통해 다문화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능력과 소양을 갖추리라 믿는 것도 비현실적이다.
21세기 한국은 다양한 소수집단과 이질적인 문화요소들의 평화적 공존과 상호 창조적 융합이 가능한 개방된 다문화 사회를 지향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 다음 세대들은 다양한 문화 내용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이를 창의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과 감수성, 유연한 정체성, 그리고 인권, 평등과 같은 보편적 가치를 내면화한 세계시민으로 육성돼야 한다.
따라서 다문화 교육 정책은 다문화 가정 자녀들에 대한 특수한 교육서비스에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기존의 20세기형 교육제도를 대체하는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으로 무게 중심을 옮길 필요가 있다. 이는 곧 학교의 조직과 운영, 교육과정의 내용, 교사양성체제 등 교육시스템이 전반적으로 보다 다문화 친화적으로 재편되어야 함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