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학원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학원 등의 불법 영업에 대해 신고포상금제('학파라치제')를 시행한 지 6일로 꼭 1개월째를 맞았다.
교육과학기술부는 미신고, 수강료 초과 징수, 심야 학습 등 학원 등의 불법 영업과 관련한 신고가 잇따르고 있고, 탈세의 온상이었던 개인과외 자진 신고도 수천건에 달하자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다며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영세한 중소학원이 대부분 적발되는데다 이들을 노린 전문 '학파라치'가 등장하는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아 효과적인 사교육 대책으로 자리 잡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 포상 결정 207건…8천718만원 = 교과부에 따르면 지난달 7일부터 이달 3일까지 학원 등의 불법 영업 관련 신고 건수는 총 1천443건으로 하루 평균 72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보면 수강료 초과 징수 151건, 교습시간 위반 28건, 학원ㆍ교습소 신고의무 위반 1천62건, 개인과외 교습자 신고의무 위반 202건 등이었다.
이 가운데 현장 조사 등을 거쳐 포상 지급 결정이 내려진 것은 수강료 초과 징수 29건, 교습시간 위반 5건, 학원ㆍ교습소 신고의무 위반 143건, 개인과외 교습자 신고의무 위반 30건 등 모두 207건이다.
포상금 지급액은 8천718만원에 이르며 개인과외 교습 자진신고도 5천99건이 접수됐다.
강남교육청 관계자는 "최근 1인당 신고 건수가 3∼5건으로 증가하는 등 제도에 탄력이 붙고 있다"며 "학원들도 기존 시간표를 알아서 변경하는 등 교습 시간을 자발적으로 준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교과부 관계자는 "지역교육청, 교과부, 국세청, 경찰 등이 공조함에 따라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는 단속 실적이 저조한 수강료 초과 징수 쪽에 초점을 맞출 방침이다"고 말했다.
교과부는 향후 이 제도가 정착되고 불법 영업, 수강료 초과 징수 등이 근절되면 자연스럽게 전체 사교육시장의 규모도 축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대형학원ㆍ고액과외는 '사각' = 반면 대부분의 학파라치 신고가 중소 학원에 집중돼 있어 심각한 부작용도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포상금 지급이 결정된 207건 중 학원ㆍ교습소 신고의무 위반이 143건으로 69%에 달하는 등 신고가 영세업체에 집중돼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들을 노린 전문 '학파라치'가 급증하는 점은 또 다른 우려를 낳고 있다.
1명이 2건 이상의 포상금 지급 결정을 받은 비율은 부산교육청 50%, 서울교육청 48.6% 등 전국적으로 34.5%로 집계됐다.
서울 강남의 한 단과학원 원장은 "만약 이런 식으로 계속 간다면 영세학원 업계는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큰 학원들의 몸집만 불려주는 것 아니겠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오피스텔 과외방 등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고액 사교육은 여전히 단속의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다는 점도 한계로 거론된다.
한 학생당 300만∼400만원에 달하는 소규모 고액 과외는 강사와 학부모가 학원비를 현금으로 주고받고 있어 사실상 단속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교과부는 지난 한 달간 경찰과 함께 오피스텔 미신고 개인과외에 대해 합동단속을 폈지만 적발 건수는 6건에 그쳤다.
교과부 관계자는 "우리도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단속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 "결국 '공교육 살리기'가 관건" = 교육전문가들은 '사교육과의 전쟁'의 성패는 결국 '공교육 살리기'에 달렸다고 입을 모은다.
당장 신고 건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학원업계가 위축되더라도 학생과 학부모들의 수요가 존재하는 한 사교육시장이 급격히 줄어들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지난 5일 오후 '사교육 1번지'로 통하는 서울 강남 대치동 학원가는 여전히 학원을 오가는 중고생과 이들을 실어나르는 학원 및 학부모의 차량으로 북적댔다.
자녀를 데리러 나온 학부모들은 학파라치제 등 정부가 서민생활 안정 방안의 핵심 정책으로 사활을 걸다시피 한 사교육경감 대책을 거의 신경조차 쓰지 않는 분위기였다.
한 학부모는 "밤 10시 이전에 교습이 끝나는 것을 빼면 달라진 것은 없다"고 잘라 말했고 또 다른 학부모도 "여긴 예전이랑 똑같은데 언론에서 뭐가 달라졌다고 전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거리에서 만난 학부모 3∼4명은 학기가 시작돼 심야교습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면 아이를 숨겨서라도 심야수업을 받도록 학원 쪽에 요청할 생각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학파라치제가 비록 수강료 초과 징수 등에서는 효과를 발휘하고 있지만 방학과 맞물려 잠시 사라진 학원 심야교습 등은 근절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새벽반 가동, 원정 심야교습 등 편법 영업을 부추길 공산도 크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