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 이틀 전, 이른 아침에 전화가 걸려왔다. "선생님! 우리 애가 교실에 뭘 두고 와서 찾으러 가려고 하는데 교실 문이 잠겨 있겠지요?" "네. 제가 가서 열어드려야 하는데 일부러 가기가 어려우니 학교에 가서 관리선생님을 찾으세요. 그리고 6학년 4반 열쇠를 달라고 하셔서 열어 보실랍니까?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제가 직접 가서 열면 되는데요. 일부러 오실 필요 없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인사를 나누고 전화를 끊었다. 그 때 문득 `아차, 얼마 전 교실에 온풍기를 설치해서 아수라장일텐데. 게다가 신규교사 임용 시험까지 쳐서 책걸상 정리도 안 돼 있겠고….'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거 교실을 보고 흉이나 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이튿날, 걱정스런 마음에 종종 걸음으로 학교에 나갔다. 그리고 교실이라도 치우려고 걸음을 돌렸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교실이 말끔히 정리되어 청소까지 깨끗이 되어 있지 않은가. 구석구석 먼지까지 다 닦여져 반짝반짝 빛이 날 정도였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더니 이걸 두고 하는 말인가 싶어 한참을 멍하니 교실 천장만 바라보았다. `아아! 어제 전화하신 그 어머니가 수고하셨구나.' 한없이 고맙고 감사하고 또 감격스러운 마음에 전화기를 들었다. "어머니, 어제 학교에서 두고 간 물건은 찾으셨나요?" 나는 말문을 열었다. 그런데 어머니께서는 "못 갔어요. 개학하면 애가 가지고 오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말씀하시는 게 아닌가. 난 속으로 그 말씀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어쩜 그렇게 모른 체 하시는지 정말 존경스러웠다. 요즘은 모두 자기 자랑만 늘어놓고 없는 말도 지어내고 작은 일도 부풀려 말하기 일쑤인데, 추운 날씨에 혼자서 힘든 일을 하시고도 안 했다고 우기시는 모습에 고개가 숙여졌다. 그리고 어머니의 그 행동은 내 자신을 되돌아보게 했다. 냉기가 가득한 텅 빈 교실이지만 그 날은 유난히 따스하게 느껴졌다. 우리 교육이 황폐화되고 있다지만 아직은 이런 멋있는 분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된 귀한 하루였다. 아마 교직 생활 중 내게 가장 큰 기쁨을 선사 받은 날인 듯했다. 그 어머니께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라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박무수 대구서부초등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