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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나의 선생님> 정화숙 선생님


심미안(審美眼) 주시고
사랑을 가르쳐주신
정화숙 선생님

43년 전 육이오 전쟁 수복지구였던 강원도 인제에서 생계에 정신이 없으신 어머니와 내게 아무런 관심조차 없는 계부 밑에서 사랑이라곤 받아본 적
없이 감성적이었던 중학교 2학년 시절, 그 시골학교에 서울 명문대학 약학과를 갓 졸업하신 처녀 여 선생님이 오셨습니다.
정화숙 선생님. 여성이라면 밥이나 하고 빨래나 하는 전업주부거나 밤마다 싸움질이나 하는 술집 작부들만 보아온 저는 아름다운 여선생님을 뵙고도
"여자가 실력이 있으면 얼마나 있을려구" 하면서 선생님의 실력을 테스트해보기로 했습니다. 내 딴에는 꽤 어렵다고 생각되는 영어 독해하는 것이거나
수학 방정식 정도였었는데 물론 자습서를 미리 보고 답을 다 알고있었으면서도 선생님을 교무실로 갑자기 찾아가서는 대뜸 영문해석을 요구하거나 수학
정답을 알려달라고 했습니다. 그 때마다 선생님은 친절히 저에게 설명을 해 주시곤 했습니다. 그 실력 에 나의 벌어진 입은 다물 줄을 몰랐고, 그
친절하심에 눈물이 핑돌 지경이었습니다. 우리에게 심미안(審美眼)을 주시기 위해서 생전 들어보지도 못한 '폭풍의 언덕, 제인에어, 소공녀, 노인과
바다' 등의 얘기를 들려주시어 지식 세계와 문학의 세계에 눈뜨게 해 주셨습니다.
잘 먹지 못해 얼굴에 마른버짐이 허옇게 퍼져있는 내 모습이 안타까웠는지 탕수육이라는 것을 사 주셨는데 생전 처음 먹는 맛있는 요리를 목이 메어
먹지도 못했습니다. 제 옆자리 짝꿍이 등록금(월사금이라고도 했음)을 내지 못해 학교를 그만둔다고 하니까 선생님께서는 자신이 대신 내주시겠다고
하면서 학업을 계속 할 것을 권하였습니다. 물론 선생님께서도 넉넉하지는 않았다는 것을 우리는 눈치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 학생은 지금 어엿한
회사 사장이 되었습니다.
사랑과 친절로 가르쳐 주신 선생님, 지금은 서울 성수동에서 은당약국을 경영하시는 할머니가 되셨는데도 제게는 영원한 선생님이십니다. 저도
선생님처럼 사랑과 친절로 학생들을 가르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선생님, 제게 세상을 사랑으로 바라보게 하시고 심미안을 주신 선생님 감사합니다,
오래 건강하시고 올해는 꼭 찾아뵙겠습니다. 지 청 서울 청지공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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