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사상 최악의 교육비리로 곤욕을 치른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1월 국민권익위원회에 의뢰한 '청렴 컨설팅'에 대한 결과 보고서가 나왔다.
서울시교육청이 부패 문제로 권익위에 조직 진단을 의뢰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권익위의 권고 수준도 파격적이어서 시교육청이 과연 어떤 수준까지 수용할지 주목된다.
30일 연합뉴스가 입수한 '서울시교육청 부패실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시교육청은 부패 직원에 대한 징계 의지, 의사결정의 투명성, 감사 기능이 매우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솜방망이 처벌' 여전 = 가장 심각한 부분은 부패 직원에 대한 미약한 처벌이었다.
권익위가 조사한 2007~2010년 시교육청 부패 내역을 보면, 총 74건 중 60건(81.1%)이 금품수수 사건이었다.
신분별로는 교원이 56명으로 75.7%를 차지했고 행정직 15명, 교육전문직 3명이었다. 교원 56명 중 교장이 8명으로 전체 교원 대비 교장비율(2%)에 비해 매우 높은 비중이었다.
권익위는 "교장, 교감, 행정실장 등 간부급 직원은 비리를 저질러도 가벼운 징계만 받는 경우가 있다"며 솜방망이 징계를 탓했다.
학부모로부터 자녀를 다른 학교로 전학시켜달라는 요청과 함께 500만원을 수수한 연구사가 주의·경고처분만 받거나, 초등 교장이 납품업체에서 118만원 상당의 물품을 받고도 견책에 그친 경우 등이다.
권익위는 또 74건 중 시교육청이 자체감사로 적발한 것은 8건에 그친 반면, 제보 진정 18건, 외부기관 적발 48건으로 감사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권익위는 시교육청이 올 초 마련한 부패 공직자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징계 양정에 엄격히 적용하고 감사결과 보고서를 내부 전산망에 공개할 것을 권고했다.
또 납품·시공업체, 방과후학교 선정과정에서 발생하는 교장 비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차원에서 교장의 업무추진비 내역 공개와 학교운영위원 겸직 금지를 제안했다.
■인사 부조리·연고주의 심각 = 권익위는 최근 불거진 장학사 승진 비리 사건을 인사비리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으면서 연고주의와 향응, 선물 관행도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특히 사립학교 교원 채용시 인사위원회 없이 임의로 채용하거나, 지원자를 미리 선별해 놓는 사례가 발견됐다면서 불법 찬조금 모금도 근절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권익위는 "근무평정, 승진·전보 등에 학연·지연이 크게 작용하고 있고 특정 학교·지역 출신이 보직을 독점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고 말했다.
권익위는 비리 근절 대책으로 교육전문직 2차 전형 때 외부인사를 포함시키거나 교장의 전보·유예 권한을 줄이도록 권고했다.
또 교육전문직의 교감·교장 승진 우대 관행을 없애고 교원들에 대한 근무성적 평가를 당사자에게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하라고 덧붙였다.
이어 불법 찬조금을 걷는 사립학교에 예산상의 불이익을 주고 사립학교 교직원도 공무원 행동강령의 적용을 받도록 유도하는 한편 사립학교 교사 채용시 시교육청이 대행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권익위는 "교직원 45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10명 중 3명이 부패 사례 인지시 의견을 제시할 분위기가 조성돼있지 않다고 응답했다"며 "내부 신고제를 개선하고 조직 풍토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시교육청은 이런 진단 결과를 정밀 분석한 뒤 오는 7월 정책협의회를 열고 관련 법령 아래에서 중장기적으로 수용 가능한 권고사항을 선별해 추가적인 비리근절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