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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연구

“잘 가르치는 교사, 양성부터 책임져야죠”

▨ 양성기관평가, 수업시연 평가 현장을 가다

교원양성기관 3주기 평가가 한창이다. 올해부터 2014년까지 5년간 시행될 3주기 평가는 교대, 사범대를 비롯해 교직과정 및 사범계 학과를 설치한 모든 대학과 전문대학이 그 대상이다. 그동안의 평가가 학교의 경영상황 및 교육여건을 중심으로 교육 프로그램 등에 대한 것이 대부분이었으며 평가 결과에 따른 별도 제재 조치가 없었던 것에 비해 3주기 평가는 교원 임용률, 예비교사들의 수업 수행능력, 학생 충원률 등 실질적 성과에 대한 평가가 강화됐다. 8월 중순 발표되는 평가 결과에 따라 미흡, 부적합 판정을 받은 대학은 행정적 제재를, 우수 판정을 받은 대학에는 행·재정적 지원이 주어질 예정이다. 평가 요소 중 지난 7일 진행된 성균관대학교 예비교사들의 수업 수행능력을 평가하는 수업시연평가 현장을 취재했다. 수업은 한국교육개발원 교육기관평가연구센터에서 각 학교별로 B학점 이상 무작위로 선정한 27명의 학생이 주어진 주제에 대해 15~20분 동안 평가위원 3인(교장/교감, 수석교사/장학사, 교육학 전공 교수)앞에서 시연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참신한 수업 아쉬워”… 수업실기 교육과정 포함해야
수석교사 평가 참여 눈길, 대학-현장 수업연구 늘 것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당신은 흙발로 나를 짓밟습니다/ 나는 당신을 안고 물을 건너갑니다/ 나는 당신을 안으면 깊으나 옅으나 급한 여울이나 건너갑니다….”

7일 오전 11시 성균관대학교 수업행동 분석실. 4학년 우유진 학생(국문과)이 ‘나룻배와 행인’이라는 만해 한용운 선생의 시를 주제로 3인의 평가위원 앞에서 시연하고 있다. 학습목표를 정리하고 PPT와 삽화 등 준비해 온 자료들을 활용해 수업을 시연하는 예비교사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우 예비교사는 “주제를 1주일 전에 통보받았고 기말고사가 바로 앞이라 충분히 준비하지는 못했다”면서 “보통 많이 하는 시의 분석보다는 시인의 감정과 생각 등의 변화를 따라가 보는 형태로 수업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실. ‘현대사회와 과제’를 주제로 받은 박재현 학생(법학과)은 사회적 쟁점의 해결절차를 ‘두발’ 자율화를 예로 들어가며 설명하고 있었다. 수업 시연 전 쑥스러워하던 모습과는 달리 수업에 임하는 태도는 정말 학생을 앞에 둔 당당한 교사의 모습 그대로였다.

박 예비교사는 “법학과에서는 문답식 수업을 많이 하는 데 잘 모르는 것도 문답식으로 수업하다 보면 쉽게 이해가 되는 경험을 살려 수업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그는 “질문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를 고민하는 것이 힘들지만 보람 있는 작업”이라며 “꼭 임용시험에 합격해 학생들이 알아듣기 쉬운 수업을 개발하는 교사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날 평가를 담당한 홍성일 경기북과학고 교장은 박재현 학생의 수업에 대해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를 고민한 흔적이 큰 좋은 수업”이라며 “학생과의 상호작용이 없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문답식 수업을 잘 이끌어갔다”고 칭찬했다.

서미향 수원 하이텍고 수석교사는 “학생들의 수업이 대체로 훌륭하지만 현장에서 하고 있는 수업과 별 차이가 없다”며 “대학인만큼 새로운 이론을 접목한 참신한 수업이 아쉽다”고 말했다. 박성은 일산 고양외고 수석교사도 “20분짜리 짧은 수업이다 보니 빈틈이 보이기도 한다”며 “학생들 나름 열심히 준비했지만 개인차가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별다른 지도 없이 개개인의 경험만으로 수업한다는 것이 느껴진다”며 “수업 실기가 교육과정에 포함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복영 인천대 교수(창의인재개발학과)는 “개성 있는 수업을 찾아보기 어려웠다”며 “앞으로는 협동 학습, 프로젝트 수업 등 다양한 주제를 주고 그에 따른 시연을 한다면 좀 더 발전된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명학 성균관대 사범대 학장은 “양성기관평가로 인해 교·사대들이 많이 긴장하고 프로그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우리 학교의 경우도 올바른 인성을 갖춘 예비교사를 길러내기 위해 ‘사도인증제’를 실시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학장은 또 “수업시연 평가로 인해 사범대에서 수업 실기 과목이 늘어난다면 이는 평가의 순기능이 될 것”이라며 “수석교사 등 교원의 평가 참여로 앞으로 대학과 현장 간 협동 연구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구자억 한국교육개발원 교육기관평가연구센터 소장은 “교사에게 있어 제일 중요한 건 무엇보다 수업이지 않냐”며 “양성에서부터 잘 가르치는 교사를 키워 내도록 독려하는 것이 수업시연 평가의 목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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