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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창가에서> 선생님과 스승님


박인화
서울염창초등교 교감

어느 초등학교에서 발간한 학교신문에 선생님이라는 표현대신 스승님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는 것을 보았다. 아마도 스승님이라는 말을 쓰면 존경과
감사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살아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일 것이다.
그러나 스승님이라는 표현이 나 스스로 다소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은 `스승'이 `선생'과는 다른 네 가지 의미를 갖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우선 선생님은 지식을 가르치지만 스승님은 삶의 지혜를 가르친다고 생각한다. 이 점에서 보면 강원 삼척 폐광촌에 위치한 도계중학교 이재건
선생님이야말로 스승이 아닐까 생각한다. 몰락하는 탄광촌의 어려운 학생들을 데리고 관악부를 조직해 열악한 여건에서도 전국관악경연대회에서 여러 번
우승하는 등 소외된 아이들에게 삶의 의미와 방식을 가르쳐주시는 이재건 선생님. 어려운 가정환경으로 자신감을 잃고 고개 숙인 아이들에게 "너희들의
삶은 중학교생인 지금이 전부가 아니다. 지금의 삶은 미래를 준비하는 시련의 기간이다"라고 격려하는 선생님의 진지한 표정에서 스승의 모습을
보았다.
둘째, 선생님은 말로서 가르치지만 스승님은 몸으로서 실천하시는 분이리라.
고교 1학년 때 내 담임 선생님은 늘 따뜻한 눈빛으로 학생들을 쳐다보시던 분이셨다. 그 분 앞에선 버릇없고 예의 없이 행동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그 분이 가진 놀라운 테크닉 가운데 하나는 수업시간에 의도적으로 몇 학생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이었다. 나 역시 어느 날
내게 특별한 관심을 보이셨던 선생님께 보답하려고 사회 과목만큼은 열심히 공부했던 기억이 있다. 그분이 특별히 나를 좋아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후에 알게 됐다.
세 번째로 선생님은 성적을 올리는 일에 가장 큰 관심이 있지만 스승님은 마음을 보살피는 일에 더욱 큰 관심이 있다. 교사는 선택받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학생을 사랑하고 가르치는 일에 즐거운 마음이 드는 그런 사람.
올해 우리 학교에서도 잘 싸우고 말썽쟁이로 유명한 한 학생이 6학년에 진급을 했는데 아무도 그 학생을 맡으려 하지 않았다. 그런데 경험이 많은
한 선생님이 스스로 그 학생을 맡겠다고 자청을 했다.
그런데 한 달도 안 돼 그 거칠고 제멋 대로인 야생마가 순한 양이 됐다. 선생님께 그 비결을 물어보니 그저 매일 한 번씩 안아주고 잘못해도
혼내지 않고 따뜻하게 대해 줬다는 말뿐이셨다.
마지막으로 선생은 가르치려고 하지만 스승은 스스로 배우도록 한다는 생각이다.
옛날에는 스승을 찾아 배움을 청할 때 처음부터 학문이나 무예를 가르친 것이 아니고 물긷고 밥하고 빨래를 하도록 하는 등 인내와 기본을 먼저
가르쳤다.
교사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많은 것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려고 한다. 때로는 가르치고 싶은 내용이 너무 많아서 시간에 쫓겨 쉬는 시간까지 가르치기도
한다.
그러나 가르치는 양이 많다고 학습이 충분히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학생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알고싶고 배우고 싶은 욕구이다. 가르치지 않아도
하고자 하는 동기를 충분히 제공할 수 있다면 학습은 저절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스승님과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를 써 가려니 문득 `그럼 당신은 선생님이냐 스승님이냐'는 질문이 쏟아질 것도 같다. 그 질문에 대해서는 이렇게
답변하고 싶다.
군자와 소인을 구분하는데 있어서 군자는 어떤 상황에 부딪쳤을 때 옳고 그름을 생각하여 판단하고 소인은 이익과 손해를 따져보고 판단한다고 하는데,
그럼 당신은 군자요 소인이요 하고 묻는다면 `군자가 되고 싶어서 노력하는 소인'이라고 대답하면 질문에 답변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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