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정한익 부장판사)는 13일 시국선언을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정진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위원장에게 벌금 300만원, 정헌재 전 민주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에게 벌금 2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선언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혐의로 함께 기소된 교사와 공무원 등 나머지 31명에게는 벌금 70만∼200만원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시국선언은 특정 정당 또는 정치 세력과 연계해 정부를 압박하면서 정책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의사를 표현하는 행위이고 이는 교원 노조법과 공무원 노조법이 금하는 집단적 정치활동"이라고 밝혔다.
또 "교원노조나 공무원노조의 활동 범위는 임금이나 근무조건, 후생복지 등 교원과 공무원의 사회경제적 지위 향상에 관한 것이고 시국 선언의 내용은 이를 벗어났기 때문에 일상적 조합 활동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정법을 위반하면서까지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것은 민주사회에 필수적인 적법 절차를 부정하는 것이라 비난 가능성이 작지 않고 교육계 등에 미친 파장도 컸다"며 "다만, 선언 내용 자체가 위헌적이거나 반사회적이지 않은 점, 과정이 평화적이었던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덧붙였다.
재판부는 전교조의 강령이 모두 교육에 국한된 점을 언급하며 "정치적 사안에 대해 견해를 밝히는 것이 강령의 취지에 맞는지 의문이다. 학생의 학습권도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들을 민주시민으로 육성하기 위해 노력해달라"고 이례적인 당부의 말도 건넸다.
정 위원장 등은 지난해 집단행동을 금지한 규정을 어기고 교사ㆍ공무원의 시국선언을 주도한 혐의(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으로 기소됐다.
앞서 각급 법원의 1심 재판부는 시국선언을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교사와 공무원에게 유ㆍ무죄가 엇갈리는 판결을 내렸으며 먼저 선고한 다른 사건의 항소심에서는 이날 현재까지 모두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전국 최대법원인 서울중앙지법은 사안의 중대성 등을 고려해 사건을 단독 재판부가 아닌 단독 판사 3인으로 구성된 재정합의부에서 이 사건을 심리했으며 이날 판결이 남은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