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영양사도 참여…8편 첫 발표 매학기 논문집 내고 발표회 갖기로 학부모 "공부하는 모습 존경스러워"
지난달 27일 오후 3시 강원 우석초등교(교장 이흥우) 체육관. 학부모 200여 명이 기대에 찬 눈빛으로 단상을 바라보고 있다. 각자 손에 든 두툼한 논문집이 눈에 띈다. 오늘은 우석초등교 교사들이 학부모를 초청, 논문발표회를 여는 날. 1시부터 전교 각 학급 공개수업을 갖은 후 체육관에서 `교실 수업개선을 위한 교직원 논문발표회'가 이어졌다. 대학이나 학회에서나 있을 법한 논문발표회를 초등 교사들이 마련하기는 이번이 처음. 이 교장은 지난 2월 춘천교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한 뒤 새학기 교육계획을 수립하면서 교직원 논문집 발간과 함께 논문발표회를 열 것을 제안했다. 노력하는 교사, 전문성을 갖춘 교사가 되 보자는 취지에서다. 이 교장은 인사말에서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면서 전문성을 갖춘 교사의 모습이 더욱 절실해졌다"며 "오늘 발표회는 수업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연구한 교사들의 결실을 기념하고 학교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이해와 격려를 바라는 자리"라고 말했다. 6개월의 노력 끝에 결실을 맺은 논문집 제1집에는 이 교장이 쓴 `초등학교에서 시조쓰기 지도연구'를 포함해 모두 8편이 실렸다. 박상준 교사의 `드라마 활동을 통한 초등 영어교육', 장백용 교사의 `초등학생의 스트레스와 문제행동과의 관계 연구', 길선영 교사의 `화용론 수용을 통한 국어 지식 교수·학습 방법', 이재숙 교사의 `게임·퀴즈프로그램 적용을 통한 어휘력 신장', 김경녀 교사의 `교과통합 활동을 통한 자기주도적 학습능력 신장', 김선경 교사의 `복식학급 아동과 단식학급 아동의 정의적 및 사회적 행동 특성의 차이 연구', 김주환 영양사의 `초등학교에서의 올바른 식생활지도'가 그것. 모두 대학원에서 전공하고 있는 분야나 평소 수업에서 부딪치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틈틈이 연구한 결과물이다. 이 가운데 길선영 교사(5학년 다솜반)와 박상준 교사(영어전담)의 논문이 이날 발표됐다. 공개수업은 여러 번 해 본 두 교사지만 처음 해보는 논문 발표에 부담도 컸다. 길 교사는 "방학중 계절학기 대학원을 다니며 관심을 뒀던 분야를 방과후에 틈틈이 정리했다"며 "발표에 대한 부담은 컸지만 실력을 키우고 학부모들에게 연구하는 교사의 모습을 보여주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박 교사도 "일과 중 연구시간이 부족해 어려움이 많았지만 영어수업에서 부딪친 하나의 문제를 나름대로 해결해 후련하다"며 소감을 밝혔다. 그 동안 초등 교육현장에서 교사들의 논문집이 발간된 적은 있었지만 논문발표회는 찾아보기 힘든 만큼 학부모들의 반응도 좋았다. 황향중 씨는 "교사들의 자질을 의심하는 사회 분위기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킨 뜻깊은 발표회였다"고 말했다. 김동근 교감은 "개교한지 만 2년이 안된 신설학교지만 42명의 교사 가운데 13명이 대학원을 마쳤거나 재학중일 만큼 교사들의 학구열이 높아 이번 발표회가 가능했다"고 자평했다. 우석초는 제1집에 실리지 못한 교직원 논문은 오는 11월 제2집으로 출간하고 매 학기마다 논문집 발간과 발표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이 교장은 "끊임없이 연구하고 발표회를 거듭하다보면 학교의 교육력도 높아지고 교직을 전문직으로 존경하는 풍토도 되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