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과정에서 무엇보다도 스승과 만남을 통하여 얻어진 가르침이 삶을 헤쳐 가는 데 가장 훌륭한 이정표가 되어 주신 이덕인 선생님! 40여 년 전 전 4학년 때 어느 추운 겨울날이었지요. 주위에 견디다 못해 선생님의 허락도 받지 않고 함부로 난로를 피웠지요. 철부지인 나의 실수로 그만 시뻘건 불길이 천정 위로 솟아오르고 말았지요. 이 모습에 깜짝 놀란 선생님께서 허겁지겁 달려 오셔서 위기 일발의 순간을 모면하게 해주신 그 은혜 결코 잊을 수가 없습니다. 생각만 해도 아찔하고 눈앞이 캄캄해 옵니다. 허락 없이 난로를 피웠다고 팬티만 입고 눈덮인 운동장을 맨발로 달리다가 그만 털썩 주저앉아서 엉엉 울고 있을 때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아주시면서 등을 토닥이시던 선생님을 생각하면 지금도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파김치가 된 나를 우물가에 데리고 가서 몸을 씻겨 주셨지요. 교실로 들어갔을 때 선생님께서는 종이를 주시면서 반성문을 쓰라고 하셨지요. 빨갛게 익은 고사리 손을 호호 불면서 난생처음 반성문을 썼어요. 선생님께서 내가 쓴 반성문을 읽으시면서 미소짓던 모습이 지금도 눈앞에 선합니다. 그 때 선생님께서는 '잘못을 했으면 반성할 줄 아는 사람'이 되라고 몇 번이고 강조하셨지요. 그 말씀이 내 마음의 등불이 되어 요즈음 잘못을 하면 그 때 선생님의 말씀을 되새기면서 반성하는 습관이 생기게 되었답니다. 이제 추억 속에 묻혀버린 그 때의 일들이 고스란히 내 가슴에 그리움으로 맴돌곤 합니다. 한평생 젊음을 아낌없이 교단에 뿌리신 선생님께 부끄럽지 않은 제자가 되려고 열심히 노력합니다. 선생님 건강하십시오. 양 경 한 대구초 교사